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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분급

등록 2014-05-25 18:48수정 2014-05-29 10:52

정동진에서 서른네 살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이곳이 해가 뜨는 곳이기에”라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지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라는 말도 유서에 적혀 있다. 막 꽃피어야 할 한창나이의 젊음이 자신의 최후로 선택한 정동진엔 오늘도 변함없이 해가 뜬다. 그가 전하고 싶었던 소망과 절망감을 다시 또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인 그의 지난달 월급은 45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 전달에는 70여만원이었다. 분당으로 받는 급여를 뜻하는 ‘분급’에 의해 지급된 것이라 한다. 분급이라는 말. 근래 들어본 가장 끔찍한 단어이다. 이런 임금체계를 현실로 시스템화하는 곳이 바로 삼성이다. 이동시간, 고객에게 설명하는 시간, 수리 준비 시간 등을 다 빼고 오직 제품 고치는 시간만 계산해 1분당 225원을 받는 노동자라니. 이런 끔찍한 착취 앞에 저항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이며, 내일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노조 경영의 악착같은 착취를 ‘초일류기업’의 세련된 이미지로 포장하는 이건희 일가의 재산 13조원을 만들어준 노동자들 중 누구는 백혈병과 희귀병으로 죽어가고 누구는 견디다 못한 자살로 죽어간다.

전세계 139개 나라 중 한국의 노동권이 최하위인 5등급으로 분류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여기가 대한민국호가 서 있는 자리다. 해 뜨는 곳 정동진으로 노랗게 해가 진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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