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강 옆에 말할 수 없이 신비한 가리왕산이 있다. 500년 이상 된 남한 최고의 원시림인 가리왕산은 식물 유전자 보존을 위해 국가가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존해 온 곳이다. ‘죽어 천년, 살아 천년’이라는 주목이 어린 개체부터 수백년 된 노거수까지 세대별로 출현하는 유일한 곳이고, 1970년대부터 주목의 도벌을 막기 위해 나무마다 일련번호를 달아 관리해온 산이다. 그런 곳에 평창겨울올림픽 스키장이 지어진다고 한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암 덩어리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하더니 단 일주일 만에 그동안 보호림 파괴 문제로 보류되어 온 가리왕산 스키장 건설이 결정나 버렸다. 이 경기장의 건설로 훼손될 나무는 약 5만8000그루. 보름간의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그중 단 3일간의 경기장 사용을 위해서 말이다.
그간 활강경기장을 가리왕산에 지어야 한다는 근거는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인 표고차 800m를 충족시키는 곳이 가리왕산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환경단체들이 확인한 국제스키연맹의 규약집에는 개최국의 지형 여건상 표고차 800m를 충족하지 못할 때는 350~450m 표고차의 슬로프에서 두 번에 걸쳐 순위를 매긴다는 규칙이 포함돼 있다. 강원도 내 기존 스키장에서 충분히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계속 가리왕산 공사를 밀어붙일 텐가. 누구를 위해서? 또 그놈의 건설기업을 위해서?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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