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타락이 극심하다. 청와대에서 ‘순수 유가족’이라는 해괴망측한 조어를 뿜어내더니 검찰에서는 ‘상습시위꾼’을 찾아내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단다. 국민들이 진짜로 법정에 세우길 원하는 자들은 찾지도 잡지도 못하는 검찰의 말씀이다.
‘상습시위꾼’이라면 나도 몇명 안다. 안전망 없는 이 사회의 바닥까지 내몰린 힘없는 사람들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러 달려가던 이들. 누군가 고통받고 있을 때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하지 못하는 이들. 인권운동가, 평화활동가, 치유활동가 등으로 불리는 그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이 큰 사람들이라는 거다. 섬세한 인권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인권이 침해받는 현장에 가장 먼저 그리고 ‘상습적으로’ 달려간다. 진흙탕 같은 사회일지라도 사람 사는 세상의 향기가 끊어진 적 없다면 그것은 진흙탕 속에서도 악착같이 뽀얀 꽃을 피워내려 애쓰는 이 ‘상습적 희망바라기’들의 실천 덕분이다.
감수성의 세상과 담쌓고 살 게 뻔한 검찰 관계자들께 한 가지 비밀을 더 알려드리자면, 사실 시인들이야말로 진짜 ‘상습시위꾼’이다. 시인은 부패한 세계의 질서에 반항하는 운명을 타고난 자들이다. 말과 글로 타인의 영혼을 흔들고 싶어 하고 안주한 채 썩어 가는 기성의 체제를 전복하고 싶어 한다. 상습적으로, 집요하게, 매순간 체제를 해체하는 가장 위험한 ‘상습시위꾼’인 시인들을 어디 줄줄이 꿰어 법정에 한번 세워보시지?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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