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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꼴값하자, 좀!

등록 2014-05-18 18:20수정 2014-05-29 11:06

인간은 눈물 앞에 관대하다. 다행한 일이다. 간혹 위선의 눈물을 볼 때가 있지만, 그래도 눈물이 있어 그나마 인간의 역사가 아주 흉측해지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최근 희한한 경험을 했다. 한 남자의 눈물을 본 것이다. 그는 자기가 서울시장 후보가 못 될까봐 진심으로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서울시장 최종후보 수락연설을 하며 흘린 정몽준씨의 눈물 얘기다. 참으로 희화적이고 그로테스크했다. 보는 내가 다 부끄러웠다. 울어야 할 곳이 거기가 아니고, 울어야 할 때가 그때가 아님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가르쳐줄 수도 없고 도대체 저런 정서와 의식 수준을 어쩌지 싶었다.

3월과 4월 두달 동안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벌어진 산재사고로 8명이 사망했다. 서울시에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분이 정작 안전조처 미흡으로 사망한 자사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에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그의 눈물은 한국에서의 ‘성공’이란 게 어떤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준이 낮고 문명과 교양이 발달하지 못함을 뜻하는 말이 ‘미개’다. 국민정서가 ‘미개하다’는 그의 아들의 말이 아버지인 그에게 오버랩되어 보인다. 정치가 지향해야 할 공공선의 가치와 너무나 동떨어진, 사적 욕망의 달성을 위해 정치판에 뛰어든 미개한 정치가와 미개한 부자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나 많다. 수준 좀 높이자 제발. 사람으로 태어난 꼴값을 좀 하고 살자.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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