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말이 낯설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가슴이 막혀온다. 어린 별들이 떴다. 울고 또 운다. 비참하고 끔찍한 일을 참사라고 한다. 이 말은 행위의 주체를 숨긴다. 다시 쓴다. 세월호에서 학살이 일어났다. 용산의 망루에서 사람들이 살해당한 것처럼, 세월호에서 승객들이 집단으로 수장당했다. 침몰 당시 승객들은 ‘목숨 가진 존재’인 생명이 아니라 화물 취급을 당했다.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생명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마비된 자들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다.
괴물의 탄생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유신시대 이후 개발독재의 광풍을 거치며 ‘경제 부흥’이 기득권층의 만능열쇠가 된 이래 이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거의 언제나 땅에 뿌리박고 사는 민중의 몫일 뿐이다. 이윤의 추구와 권력의 유지보다 중요한 게 없는 이 나라 기득권자들의 행보가 현실세계를 점차 지옥도로 만들고 있다.
언제나 말할 때는 지금이며, 행동할 때는 지금이다. 선거하고 세금 내는 머릿수에나 국민이 필요할 뿐 정작 국민의 안위에 관심 없는 ‘그들의 국가’ 따위가 필요한가. 필요 없다. 필요한 건 생명이 귀하게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다. 사람이 행복해지는 ‘우리들의 나라’다. 무기력해지지 말자.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자. 울고 있는 옆 사람과 손잡자. 붉은 밤하늘에 새로 생긴 어린 별자리. 옹기종기 손잡은 노랑리본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이 내려다보고 있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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