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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천리마 대신 보통 말을

등록 2014-01-27 19:18수정 2014-01-27 22:39

전국시대 연나라 소왕이 유능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 고민했다. 곽외라는 신하가 말했다. “옛날 어떤 임금이 천금을 싸놓고 천리마를 찾았으나 세 해가 되도록 못 구했습니다. 신하 한 사람이 천리마를 구하러 가서 세 달 만에 구했으나 천리마는 곧 죽었습니다. 신하는 오백금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사왔습니다. 임금이 크게 노하자 신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은 천리마의 뼈를 오백금에 샀다는 소문이 나면 곧 산 천리마가 몰려올 것입니다.’ 과연 한 해에 천리마가 세 마리나 나타났습니다. 임금께서 유능한 인재를 모으시려면 우선 저부터 시작하십시오.” 연소왕이 곽외를 스승으로 대우하자 뛰어난 인재들이 다투어 연나라로 몰려들었다. 이 이야기에서 ‘천금을 들여 천리마의 뼈를 산다’는 ‘천금매골’(千金買骨)이란 성어가 나왔다. 유능한 인재를 애타게 찾는다는 뜻이다. 지도자라면 모름지기 인재에 대해 이 정도의 목마름이 있어야 한다.

천리마는 유능한 인재의 비유로 가장 널리 쓰인 말 가운데 하나다. 가령 조조는 “천리마는 비록 늙어서 구유 앞에 엎드렸어도, 그 뜻은 천릿길을 치달린다(老驥伏櫪, 志在千里.)”고 했다.

사람들이 천리마만을 찬양할 때, 보통 말에 주목한 논리도 등장했다. 순자는 “천리마가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지만, 느린 말도 열흘을 달리면 천리마를 따라잡을 수 있다(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 則亦及之矣.)”고 했다. 그의 제자인 한비자는 나아가 천리마만 찾는 세태를 비판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수영선수가 와야 하는 것은 아니며, 굶주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진수성찬을 차려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또, 천리마를 타면 단숨에 천리를 가겠지만, 백리마다 보통 말 한 마리씩 배치해 파발처럼 연결하면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통사람의 시대를 예비한 논리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한국 경제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청년실업률이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승자독식의 시대다. 말의 해를 맞아, 천리마보다 보통 말의 시대를 열고자 한 순자와 한비자의 논리에 마음이 더 끌린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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