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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새해 무엇을 줄이고 늘릴까

등록 2014-01-06 18:47수정 2014-01-06 22:34

새해에는 모두들 새 결심을 한다. 작심삼일이더라도 하는 게 낫다. 자기반성의 계기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의 잠언을 참고해보자.

잠언광인 명나라 진계유는 구전해온 ‘다소잠’(多少箴)을 채록했다. 다소잠이란 ‘무엇을 늘리고 줄일지에 대한 잠언’이란 뜻이다. “술은 줄이고 죽을 많이 먹으라. 야채는 늘리고 고기는 줄이라. 말은 줄이고 생각은 늘리라. 머리는 더 빗고 목욕은 덜하라. 무리 짓기는 줄이고 홀로 있기를 더 하라. 책은 더 읽고 재물은 덜 밝히라. 명예는 덜 구하고 욕됨은 더 참으라. 선행은 늘리고 벼슬은 줄이라. 유리했던 일은 다시 하지 말고, 좋은 일도 아무 일 없는 것만은 못하다고 여기라.”(少飮酒, 多餟粥; 多茹菜, 少食肉; 少開口, 多閉目; 多梳頭, 少洗浴; 少群居, 多獨宿; 多收書, 少積玉; 少取名, 多忍辱; 多行善, 少干祿; 便宜勿再往, 好事不如無. <岩棲幽事>)

조선 후기 이유원은 작자 미상의 또 다른 ‘다소잠’을 소개한다. 중국의 잠언류 문헌에선 보이지 않는다. “욕심은 줄이고 견문은 늘리라. 소박한 마음은 늘리고 뻔뻔한 얼굴은 줄이라. 권력에 붙어먹는 일은 줄이고 낮은 사람 돕기는 늘리라. 홀로 서기는 늘리고 매달려 연연하기는 줄이라. 서울 사는 일은 줄이고 시골 사는 일은 늘리라. 거친 먹을거리는 늘리고 산해진미는 줄이라. 말은 줄이고 신중함은 늘리라. 자존감은 늘리고 탐닉과 선망은 줄이라. 내게 좋은 술이 있으니 손님과 즐기리라.”(少嗜慾, 多聞見; 多素心, 少靦面; 少附貴, 多右賤; 多獨立, 少拘戀; 少京闉, 多鄕甸; 多穅秕, 少珍膳; 少語言, 多兢戰; 多自守, 少耽羡. 我有旨酒, 以敖式讌.)

비슷하지만 다르다. 앞의 것이 양생술에 치중했다면, 뒤의 것은 권력과 서울에 거리를 두라는 데서 대쪽 선비의 꼬장꼬장함이 살아 있다. 독서 대신 견문을 강조한 것도 좋다. 무엇보다 대놓고 술 줄이란 얘기가 없고, 자신의 좋은 술을 손님과 즐기겠다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

새해를 맞아 옛사람의 다소잠을 더하고 덜어 자신의 다소잠을 지어보면 어떨까. 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더하고 싶다. 디지털은 줄이고, 아날로그는 늘리라. 불통은 줄이고, 소통은 늘리라.

이상수 고전중독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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