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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닭과 개와 멍석마당의 승천

등록 2013-12-02 19:09수정 2013-12-03 14:10

항아는 활쏘기의 달인인 예의 아내였다. 예가 어머니 신인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얻었다. 항아는 불사약을 훔쳐 먹고 혼자 달나라로 달아났다. 예는 슬프고 마음 아팠지만 따라갈 수 없었다. 항아는 추운 달나라에서 두꺼비로 변해 달의 정령이 되었다. 항아는 혼자 달에 갔지만 도교 설화가 발달하면서 집단 승천 이야기가 이어져 나온다.

한고조 유방의 손자인 회남왕 유안은 신선이 되는 약인 단약을 완성해 가족들과 나누어 먹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때 그릇에 남아 있던 단약을 핥아먹은 닭과 개까지 승천해 하늘가에서 개와 닭 울음소리가 요란했다고 한다. 여기서 계견승천(鷄犬昇天) 혹은 회남계견(淮南鷄犬)이란 말이 나왔다. 주군 덕분에 벼락출세한 가신을 비꼬는 말이다. 도교 문헌인 <속선전>(續仙傳)에는 왕로라는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그 또한 단약 제조법을 배워 가족들과 함께 먹었는데, 마침 보리타작이 한창이었다. 보리타작 마당조차 단약의 기운을 받아 왕로의 가족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이 때문에 하늘가에서 난데없는 보리타작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중국은 2일 달 탐사차량인 옥토끼(玉兎)를 실은 위성 창어(嫦娥) 3호를 쏘아 올렸다. 중국은 이달 탐사계획을 창어번웨(嫦娥奔月)라고 부른다. 달나라로 달아난 창어(항아) 이야기에서 딴 것이다. 혼자 달아난 항아보다 집단 승천한 회남이나 왕로의 이름을 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들은 개와 닭과 보리타작 마당 같은 ‘미물’도 무차별적으로 함께 고양시켰으니 말이다. 중국의 달 탐사 또한 신물질과 신에너지, 탐측기술 등 분야에서 적지 않은 부대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문득 거듭된 실패로 얼룩진 나로호 등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이 겹쳐진다. 나로호 기획의 예산은 약 600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무려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은 아무 부대효과 없이 ‘녹조라떼’의 생태 재앙만 남겼다. 4대강 사업이 만들어낸 가짜 단약은 대체 어떤 이들이 나눠 먹고 어떤 닭과 개들이 그릇에 남은 걸 핥아먹었는지 낱낱이 밝혀내지 않으면, 나라 말아먹는 정책을 뿌리 뽑을 수 없을 것이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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