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위령공이라는 군주가 있었다. 그는 한비자의 저술에서 자기 멋대로 정치를 한 군주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그의 자의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일화들은 대부분 미자하라는 요물 같은 신하와의 관계에서 빚어졌다. 미자하는 위령공이 총애한 신하로 남자임에 틀림없으나 위령공과 그의 행각을 보면 이 군주의 취향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기 어렵다.

위나라 법에 따르면 군주의 수레를 몰래 타면 발목을 자르는 형벌을 받는다. 미자하는 어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 거짓으로 꾸며 군주의 수레를 타고 갔다. 총애받는 자의 자신감 넘치는 전횡이다. 위령공은 나중에 이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 “효자로다! 어미 때문에 발목 잘릴 것도 잊었구나!” 한번은 위령공과 미자하가 과수원에 놀러 갔다. 미자하는 복숭아를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자기가 먹던 것을 군주에게 먹였다. 위령공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맛있는 것도 잊고 과인을 먹이다니!” 남이 먹던 것 좋아하는 것도 그의 취향이겠으나, 돋는 닭살 억누르기 어렵다.

아이돌 외모의 미자하가 늙자 위령공의 애정도 가셨다. 한비자는 이를 ‘색쇠애이’(色衰愛弛)라고 표현했다. “미모가 시들자 사랑도 게을러진다”는 뜻이다. 색쇠애이해진 위령공은 미자하에게 이렇게 호통을 쳤다. “이놈은 거짓을 꾸며 내 수레를 몰래 탄 자이고, 제 놈이 처먹던 복숭아를 내게 먹인 자이다!” 총애할 때는 먹던 복숭아 준 것도 사랑이고 국법을 농단한 것도 효성이지만, 군주의 취향이 달라져 그 모든 게 죽일 죄로 변했다.

한비자는 색쇠애이하는 군주의 자의적인 통치를 가장 미워하여 자신의 글 전편에 걸쳐 ‘상을 주기로 공약했으면 반드시 상을 주고, 잘못한 이에겐 반드시 벌을 내리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조했다. ‘신상’해야 하건만, 기초연금, 경제민주화, 4대 중증질환 지원, 검찰 독립 등 숱한 공약은 멋대로 짓밟힌다. ‘필벌’해야 하건만, 한 입 베어 먹은 떡을 연상시키는 법무장관, 식은 복국 이미지의 비서실장은 먹던 복숭아 먹인 미자하처럼 총애받는다. 국법을 어기고 수레 몰고 나가면서 거기에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을 가득 싣고 치달렸던 장본인도 이 정권의 취향과 맞는 모양이다. 신상필벌과 반대 방향으로 치달리는 이 정권의 해괴한 재활용 취향을 어찌할 것인가.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