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귀신은 독종을 무서워한다

등록 2013-08-19 19:01

얼마 전 ‘귀태’(鬼胎)란 말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귀태란 중의학에서 기형아를 뜻한다. ‘귀신같다’(솜씨 좋다)거나 ‘귀재’(鬼才)란 말처럼 ‘귀’(鬼)자가 좋은 뜻으로 쓰인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백성들은 대개 간신과 탐관오리를 ‘크고 작은 귀신’이라 칭했다. 군주를 속이고 백성의 고혈 짜낼 궁리만 하는 간신은 귀신 머리에 귀신 두뇌를 가졌다는 뜻에서 ‘귀두귀뇌’(鬼頭鬼腦)라 불렀다. 거짓말은 ‘귀화’(鬼話)라고 한다. 거짓말만 잇달아 하는 것은 ‘귀화연편’(鬼話連篇)이라고 한다. 미국 드라마처럼 시즌 바꿔가며 시리즈로 거짓말을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고약한 귀두귀뇌로 패악질을 일삼으며 귀화연편만 늘어놓는 귀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문장의 귀재 소동파의 <애자잡설>(艾子雜說)에 참고할 만한 얘기가 나온다. 애자는 가상의 인물이다. 애자가 길을 가다 쉬어가려고 사당에 들어갔다. 사당 앞에는 건너뛰기에 좀 넓은 개울이 있었다. 한 사람이 이 개울을 건너려고 사당에서 대왕의 조각상을 꺼내 와 가로누이고 다리처럼 밟고 개울을 건너갔다. 다른 사람이 이걸 보더니 대왕상을 일으켜 세워 먼지를 닦고 다시 사당에 앉혀두고 갔다. 사당 안에서 새끼귀신이 대왕귀신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이 사당에서 마을사람들의 제사를 받아 드시는데,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어찌 당장 재앙을 내리지 않으십니까?” 대왕귀신이 말했다. “재앙을 내린다면 둘째 사람에게나 가능하지.” 새끼귀신이 물었다. “첫째 사람은 대왕상을 짓밟았고, 둘째 사람은 대왕상을 닦아주었는데, 어째서 그렇습니까?” 대왕귀신은 이렇게 답했다. “첫째 사람은 이미 귀신을 안 믿는데, 어떻게 재앙을 내리겠는가!” 이 대화를 엿들은 애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귀신은 나쁜 사람을 무서워하는구나!”(眞是鬼怕惡人也!) ‘귀파악인’(鬼怕惡人)이란 성어는 여기서 나왔다.

귀신은 관용의 대상이 아니다. 귀신들이 하자는 대로 내버려두면, 증인선서도 거부하고 국민을 능욕하는 귀두귀뇌의 귀화연편이나 듣고 있어야 한다. 이런 귀신상들은 우리가 민주와 통일로 가는 길목에 가로눕히고 밟고 지나가야 할 존재들이다. 그래야 그들이 몽니를 부리지 못한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한겨레 인기기사>

권은희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오피스텔’ 압수수색 막았다”
“조선일보가 국정원 기사 왜곡”…‘뿔난 검찰’ 정정보도 청구 방침
님부터 ‘치유하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화보] “당신이 그립습니다”…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식
[화보] ‘녹색 페인트’ 풀었나…하늘에서 본 4대강 녹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1.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트럼프는 이겼지만 윤석열은 질 것이다 2.

트럼프는 이겼지만 윤석열은 질 것이다

[사설] 딥시크 충격, 한국도 빠른 추격으로 기회 살려야 3.

[사설] 딥시크 충격, 한국도 빠른 추격으로 기회 살려야

[사설] 최상목, 내란 특검법 또 거부권…국회 재의결해 전모 밝혀야 4.

[사설] 최상목, 내란 특검법 또 거부권…국회 재의결해 전모 밝혀야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5.

나라야 어찌 되든, 윤석열의 헌재 ‘지연 전략’ [뉴스뷰리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