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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국정원의 대선공작 사간들

등록 2013-07-08 19:38

<손자병법> 열세 편 가운데 마지막은 간첩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다룬 ‘용간’(用間)편이다.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붓는 전쟁을 치르면서 “적에 관한 정보를 모르는 장수는 (군사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으므로) 어질지 못한 자의 극치로서 장수 자격이 없다”고 손자는 질타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 것”(知彼知己)을 강조한 손자가, 적을 제대로 알기 위해 간첩의 활용을 강조한 것은 수미일관한 주장이다.

손자는 간첩을, 현지 민간인 간첩인 인간(因間), 적의 관료를 첩자로 쓰는 내간(內間),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이중간첩인 반간(反間), 적에게 죽임을 당할 정도의 거짓정보를 흘리는 사간(死間), 적진에서 살아 돌아와 보고하는 파견간첩인 생간(生間) 등 다섯으로 나눈다. 손자가 이 가운데 가장 중시한 것은 반간이다. 반간을 통해 인간·내간을 얻을 수 있고, 사간 작전도 벌일 수 있으며, 생간의 안전 생환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는 “미묘하다! 간첩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고, <손빈병법>은 “간첩을 쓰지 않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不用間, 不勝.)고 단언했다. 아무나 간첩을 잘 쓰는 건 아니다. “지도자가 탁월한 지혜가 없으면 간첩을 쓸 수 없고, 백성에 대한 사랑과 정의로운 목적이 없으면 간첩을 부릴 수 없으며, 미묘한 판단력이 없으면 첩보에서 참된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非聖智不能用間, 非仁義不能使間, 非微妙不能得間之實.)

오늘날 첩보전은 손자의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지만, 용간술에 대한 통찰은 손자에 한참 못 미친다. 손자의 눈으로 볼 때,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국민에게 거짓정보 흘린 행위는 ‘사간’ 구실을 한 것이다. 기밀이 생명인 기관이 연일 대서특필되는 걸 보면, 그들은 정말 자폭할 각오로 그 일을 한 모양이다. 미국에 대사관을 도청당하고도 박근혜 정부가 해명 요구조차 못하는 건, 미국에 대북 고급정보를 의존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대북정보 담당기관이 창을 거꾸로 쥐고 국민을 향해 거짓정보 공작을 벌인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도 묵묵히 음지에서 피땀 흘리는 그 기관 요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대선 공작의 책임자들은 ‘사간’으로 처단해야 마땅하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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