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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사마천의 ‘조선열전’과 북한

등록 2013-06-17 19:26수정 2013-06-18 09:19

사마천의 <사기>에는 ‘조선열전’이 있다. 연나라 사람이라는 위만이 조선으로 망명해 왕이 된 뒤, 손자인 우거왕 때 한무제의 침략으로 망했다는, 논란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선열전’에 ‘조선’에 관한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없어 글이 이름값을 못한다. ‘한무제의 조선 정벌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목할 대목이 몇 곳 없지는 않다.

가장 흥미로운 건 한의 침략 때 보인 조선의 군사 전술이다. 서기전 109년 한의 침략으로 조선은 전시국가 상태가 된다.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공작부대처럼 죄수로 편성된 5만의 침략군은 누선장군 양복이 지휘하는 수군과 좌장군 순체가 이끄는 육군으로 나뉘어 조선을 남북 양면에서 공격했다. 조선군은 험난한 지형을 이용해 완강히 저항하는 한편, 거짓 항복으로 적을 교란하고 두 적장을 이간질했다. 무제는 위산을 사자로 보내 협상하도록 했다. 사마천은 조선왕이 태자를 한나라에 보내 사죄하도록 했다고 기록했는데, 이건 사마천도 속은 위장항복이다. 태자는 1만의 병력을 끌고 한나라로 가다 위산이 무장 해제를 요구하자 패수에서 돌아왔다. 병력 1만을 대동하고 행차하는 게 무슨 항복인가. 이 보고를 받고 분노한 한무제는 위산을 죽이고 다시 공손수를 보낸다. 공손수는 양복을 체포한 뒤 순체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가 무제의 분노를 사 역시 처형당했다. 결국 신하들의 배반으로 우거는 죽임을 당하고 조선은 망했지만, 침략군 장수 순체도 귀국 뒤 처형당했고, 양복은 간신히 돈으로 속죄한 뒤 평민이 되었다.

누구도 조선의 위장항복과 교란전술을 비난할 수 없다. 한나라 같은 초강대국 옆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오랑캐의 생존논리이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영양왕도 위장 굴복으로 수나라 황제를 우롱했고, 을지문덕 장군도 위장항복으로 수나라 장수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북한은 남북회담 결렬 뒤 북-미 회담을 제안했다.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때까지 스스로 전시국가라 여길 북한은 고조선이나 고구려 이상으로 집요한 교란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뿌리 깊은 생존논리이므로 놀랄 것도 없다. 근본적으로 전시체제를 끝낼 고민을 하는 게 생산적일 것이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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