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종미, 좌좀/우좀이란 말에는 증오가 묻어 있다. 좀비처럼 북한/미국이나 좌/우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영혼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한국인은 좌좀 아니면 우좀이니, 한국은 좀비의 나라인가. 이런 표현은 망국병이다.
좀비를 한자어로는 ‘행시주육’(行尸走肉)이라 한다. ‘나다니는 시체이자 걸어다니는 고깃덩어리’란 말이니 좀비와 뜻이 같다. 좀비 영화를 중국어로는 거의 ‘행시주육’이라고 옮긴다. 이 말은 후한 때부터 쓰였다. 고학으로 일가를 이룬 선비 임말(任末)은 임종 때 “사람이 학문을 좋아하면 몸은 죽더라도 사상은 살아 있다. 그러나 배우지 않으면 비록 살아도 행시주육이다”(夫人好學, 雖死若存; 不學者, 雖存, 謂之行屍走肉耳)라고 했다.
행시주육만큼 모독적인 표현으로 ‘주옹반낭’(酒甕飯囊)이란 말이 있다. ‘술독과 밥주머니’란 뜻이다. 삼국시기 예형이라는 괴팍한 선비는 조조 앞에서 위나라에 인재가 없다며 “(조조의 핵심 참모인) 순욱 정도는 억지로 함께 얘기해볼 만하지만, 나머지는 나무나 진흙으로 만든 인형 같아서,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의 정기가 없으니, 모두 주옹반낭일 뿐”이라 했다.
두 성어는 지극히 모독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후대의 학자들이 남을 공격할 때 이런 말을 쓴 경우는 거의 없고, 되레 자신에 대한 겸사로 썼다. 가령 신라의 최치원, 임진왜란 때 의병장 이정암, 광해군 때 심희수 같은 이들은 사직하거나 사양할 때 자신을 향해 이런 표현을 동원했다.
최근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 뜬, 5·18 희생자에 대한 모독은 도를 넘어섰다. 희생자의 관을 ‘택배’라고 한 건 풍자도 유머도 아니고 폭력이다. 맹목적 폭언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좌좀/우좀이란 표현을 쓰는 이들은 스스로 좀비처럼 행동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혀란 자기 몸을 찍는 도끼이며 몸을 망치는 재앙”(口舌者, 鑿身之斧, 滅身之禍)이라고 가르친다. 프로이트는 “처음으로 돌멩이 대신 모욕을 던진 사람이 바로 문명의 개척자”라고 했다. 그의 말은 석기시대를 벗어날 때의 얘기다. 오늘날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증오 대신 유머를 던지는 당신이 한국의 새 정치문화의 개척자이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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