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위나라 태자를 수행해 조나라 한단에 볼모로 가게 된 방공이란 신하가 출국 전 위왕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한 사람이 시내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못 믿겠소.” “두 사람이 그런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래도 못 믿겠소.” “세 사람이 그런다면요?” “믿겠소.” 그러자 방공이 말했다. “시내에 호랑이가 나올 리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방공은 자신들이 인질로 간 뒤, 수많은 참언이 들끓을 터이니 자신들을 의심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이었다. 그들이 떠난 뒤 과연 참언이 들끓었다. 나중에 인질에서 풀려났을 때 그들은 왕을 접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전국책·위책·2>) 이 이야기에서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증참은 공자의 수제자다. 동명이인이 살인을 저질렀다. 어떤 이가 증참의 어미에게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어미는 미동도 없이 “내 아들이 그럴 리 없다”며 짜던 베를 계속 짰다. 다른 사람이 또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어미는 믿지 않았다. 세 번째 사람이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자, 어미는 베를 짜던 북을 던지고 담을 넘어 달아났다.(<전국책·진책·2>) 이 이야기에서 ‘증참살인’(曾參殺人)이란 성어가 나왔다.
‘삼인성호’나 ‘증참살인’은 같은 뜻이다. 목동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세 번 외쳐서 거짓말쟁이가 되었지만, 이 두 일화의 사람들은 세 명의 입을 맞추어 거짓도 진실로 만들었다. 이런 일을 일삼는 이들을 옛 사람들은 ‘참적’(讒賊)이라 불렀다. 참적은 거짓을 진실로 만들고 충신을 간신으로 몰아 소인배가 득세하는 세상을 만든다. 참적 때문에 남이는 처형당했고 이순신은 백의종군해야 했으며, 소현세자는 독살당했다. 참적의 수괴가 모함하는 상소를 올리면 거기에 화답하는 수많은 상소들은 조선시대판 댓글 알바였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정보국이 여론 조작을 위해 ‘댓글 달기’, ‘직접 글쓰기’ 등의 활동을 한 정황을 파악해 수사중이다. 철저히 파헤쳐 다시는 참적이 국가의 고급인력을 멋대로 댓글 알바에 동원하지 못하도록 할 일이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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