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전쟁 구름이 짙게 낀 봄날, 내란에 망가진 봄날의 정취를 노래한 두보의 <봄 경치를 바라봄>(春望)이 더욱 절절하게 읽힌다. “나라는 깨졌는데 뫼 가람은 남았어라/ 성읍에 봄이 오니 풀 나무 그늘 깊네/ 시절 느끼매 꽃에 눈물 뿌리고/ 헤어짐을 원망하매 새소리에 마음 놀라네”(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터진다면 깨어진 봄은 또 얼마나 오래 이어질 것인가.
이런 봄날엔 헌화가가 제격이지만, 시절이 수상하니 반전시가 몇 수 떠오른다. 당시 가운데 대표적인 반전시는 두보의 <병거의 노래>(兵車行)다. 시는 잦은 징병의 고통을 절절하게 묘사한 뒤 이렇게 말한다. “그대는 못 보았는가, 청해 호숫가/ 예로부터 뒹구는 백골 수습하는 이 없어/ 새로 온 귀신 억울하다 호소하면 옛 귀신들 따라 통곡하니/ 날 흐리고 비 축축할 땐 그 소리 을씨년스럽다네!”(君不見/ 靑海頭/ 古來白骨無人收/ 新鬼煩冤舊鬼哭/ 天陰雨濕聲啾啾) 청해 호숫가는 티베트와 당의 백년 격전지다. 신구 귀신의 합창 통곡이 들리는 듯하다. 한반도의 옛 귀신은 다 수습됐는가.
진도(陳陶)의 <농서의 노래>(隴西行)도 반전시다. “흉노 소탕을 맹세하고 제 몸 돌보지 않더니/ 오천 날랜 전사들 오랑캐 먼지 속에 스러졌네/ 가엾어라, 무정하 강변에 뒹구는 백골들/ 깊은 규방 여인의 꿈속 그 사람이어라”(誓掃匈奴不顧身/ 五千貂錦喪胡塵/ 可憐無定河邊骨/ 猶是深閨夢裏人) 간쑤성 무정하 유역은 한과 흉노의 백년 격전지다. 성호 이익은 이 시를 <시경> 마지막에 넣어도 좋겠다고 평했다. 한반도의 몽리인(夢裏人)들은 다 돌아왔는가.
한과 흉노, 당과 티베트는 공존의 지혜를 찾지 못해 청해와 무정하를 삶의 터전이 아닌 격전지로 만들었다. 한반도를 격전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만들 공존의 지혜는 없는가. 남과 북이 아니면 누가 그걸 대신 고민하겠는가.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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