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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술을 경계하는 몇 가지 방법

등록 2013-04-01 19:28수정 2013-05-14 14:30

음주가무를 즐긴 우리 겨레는 술 이야기가 풍부하다. 조선조에도 술 관련 사고가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종은 신하들에게 자료를 조사해 <주계>(酒戒)를 짓도록 했다. 여기에는 술로 망한 역대 인물과 술을 경계하는 일화들이 망라됐다. 가령 주량이 한 말인 중국 진나라 주의란 사람이 손님과 즐겁게 마시고 대취했다 깨어보니 손님이 겨드랑이가 썩은 채 죽어 있더라는 일화가 가장 황당하다. <주계>는 “신라는 포석정, 백제는 낙화암으로 망했다”며 “식견 있는 신하들도 술로 실수하는데 백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고 개탄했다.

중종 때는 왕과 신하가 신참 관료(新來)에게 억지로 술 먹이는 폐단에 대해 논의한 기록(중종 20년)이 남아 있다. 여기서 신입생 환영회 강제음주의 깊은 뿌리를 엿볼 수 있다.

퇴계 이황도 <주계>를 지었다. “내가 그 독을 맛보았는데 자식이 또 그 함정에 빠지는구나”라고 한탄한 것을 보면, 그도 술 좀 드셨음을 알 수 있다.

연암 박지원도 술을 경계하는 글을 남겼다. “술주정꾼을 ‘후’(酗)라 한 건 술 마시고 흉(凶)해짐을 경계한 것이고… ‘술 유’(酉)에 ‘죽을 졸’(卒)을 더하면 ‘취할 취’(醉)가 되며, ‘살 생’(生)을 더하면 ‘술 깰 성’(醒)이 된다”며 “우리가 옛사람들보다 술은 더 좋아하면서 술에 대한 옛사람들의 경계에 어두우면 안 될 일”이라고 했다.(<연암집> 5권) 오늘의 우리가 연암보다 술을 덜 마시지는 않을 것이니, 연암의 말처럼 우리도 옛사람의 술에 대한 경계에 어둡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정부가 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30도 이상의 술에 대한 추가 과세를 추진한다고 한다. 술에 대한 경계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대중과세인 간접세 방식이 못마땅하다. 나는 정치권이 주당의 음주벽을 자극하는 뉴스를 생산하지 않는 게 술 소비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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