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강희제는 재위 중 “쓰나미처럼 귀에 쏟아져 들어오는 아첨을 들어야 했다”며 “아첨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했다.(<성조실록> 255권) 아첨은 권력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사외칼럼니스트 조용헌 교수는 최근 ‘박근혜와 지천태’라는 칼럼에 “여자 대통령의 등장을 주역의 괘로 풀어보면 ‘지천태’(地天泰) 괘”라며 “여자는 청와대 터와도 궁합이 맞다”고 썼다. 제정신이 있는 언론이라면 이런 혹세무민의 요설 정도는 걸러내야 한다.
태괘는 땅이 위에 하늘이 아래에 있는 형상이다. 본디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지만, 태괘는 거꾸로다. 땅은 내려가려 하고 하늘은 올라가려 하기 때문에 하늘과 땅이 만나 소통하고 태평성세를 이룰 수 있다는 게 태괘의 메시지다. 그러나 이게 여성이 최고위직에 앉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태괘의 두번째 효사는 “거친 세상을 포용하고, 배 없이 물 건너는 (급진적인) 이들도 받아들이며, 사회 구석진 곳을 버려두지 않고, 사사로운 패거리를 없애라”(包荒, 用馮河, 不遐遺, 朋亡.)고 하고 있다. 하늘이 땅 밑으로 내려올 정도로 저 낮은 곳을 향한 실천을 할 때, 소통과 태평성세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강희는 아첨보다 쓴소리가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권력자였다. 강희에게 <주역>을 가르쳤던 학자 이광지는 “높이 올라간 용은 뉘우칠 일이 있을 것”(亢龍, 有悔.)이라는 구절을 빼먹고 강의했다. 가장 높은 자리의 황제에게 괘씸죄를 얻을까봐 두려워한 것이다. 그러나 강희에게 딱 걸렸다. 그런데 강희는 뜻밖에 “<주역>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경고의 소리를 듣기 위함”이라며 “앞으론 어떤 금기도 두지 말고 강의하도록 하라”(<성조실록> 115권)고 했다. 우리는 쓴소리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지식인과 아첨보다 쓴소리를 더 중시하는 정치가를 만나고 싶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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