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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상수의 고전중독] 곧은 사람과 굽은 사람

등록 2013-02-18 19:30수정 2013-05-14 14:32

노나라의 제후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따르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곧은 사람을 발탁해서 굽은 사람 앞에 두면 백성들이 따릅니다. 굽은 사람을 들어 곧은 사람 앞에 두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습니다.”(擧直錯諸枉, 則民服; 擧枉錯諸直, 則民不服. <論語·爲政>) 매우 간명하다. 문제는 누가 곧고 굽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당나라 덕종 때 육지(陸贄)라는 인물은 명문장가이자 개혁가였다. 그는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 기초자인 존 패브로처럼 덕종의 수많은 조서를 대필했다. 주자(朱

)의 난과 티베트 침입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육지는 황제가 이를 자기 허물로 돌리는 <죄기조>(罪己詔)를 기초해 민심을 수습했다. 그러나 덕종은 혹정을 개혁하라는 육지의 직언이 싫었고, 나라 창고를 네 곳으로 만들어 현란한 이중장부 조작기법을 통해 뇌물을 꼬박꼬박 상납하는 간신 배연령(裴延齡)에게 푹 빠졌다. 덕종은 육지를 파면하고 배연령을 재상으로 삼으려 했다. 간의대부(諫議大夫) 양성(陽城)은 육지의 좌천에 격렬히 항의하며 배연령을 임명하면 “재상 임명장을 찢겠다”고 했다. 그 결과 육지의 좌천은 막을 수 없었지만 배연령도 재상에 오르지 못했다. 황제를 협박한 양성은 다른 대신들의 엄호로 겨우 목숨을 건졌다. <구당서>는 “배연령이 죽자 사람들이 서로 축하했는데, 덕종만 슬퍼했다”고 적고 있다.

당나라 문종 때는 모리배 정주(鄭注)를 재상으로 삼으려 할 때 간의대부 이감(李甘)이 역시 “재상 임명장을 찢겠다”며 항의해 정주를 낙마시켰다. 인사청문회도 없던 시절, 굽은 사람을 막기 위해 목숨 건 사람들 이야기다.

외국 무기업체 자문이던 이에게 국방을 맡겨도 좋을까? 로펌에서 월 1억원씩 받던 이에게 서민을 위한 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야당은 황제 치하에서 목숨 걸고 소인배의 중용을 막았던 옛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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