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꾼을 가리켜 후(酗, 주정하다)라 한 것은 그 흉덕을 경계함이요, 술그릇에 주(舟, 배)가 있는 것은 배가 엎어지듯 술에 빠질 것을 경계함이지요. 배(盃, 잔)는 풀이하면 ‘불명’(不皿, 가득 채우지 말라)이 되고, 창(戈) 두 개가 그릇(皿) 위에 있는 잔(盞)은 ‘서로 다툼을 경계’한 것이고… ‘술 유’(酉) 부에 졸(卒, 죽다)의 뜻을 취하면 취(醉) 자가 되고 생(生, 살다)이 붙으면 술 깰 성(醒) 자가 되지요.” 다산 정약용이 간밤의 통음했던 자리를 떠올리며 영재 유득공에게 보낸 답장 중에 나오는 말이다. 말년에는 차를 즐겼던 다산이지만 젊었을 때는 작취미성(어제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아니함)의 날이 없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밤중에 책상치고 벌떡 일어나(中夜拍案起, 중야박안기) /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쳐다보네(歎息瞻高穹, 탄식첨고궁) / … /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오르니(
念腸內沸, 부념장내비) / 술이나 진탕 마시고 무심으로 돌아가 볼까(痛飮求反眞, 통음구반진) / … /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深念焦肺肝, 심념초폐간) /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且飮杯中
, 차음배중록)…. 다산이 43살 때 쓴 212행의 한시 ‘하일대주’(夏日對酒, 여름날 술을 앞에 놓고)의 한 대목이다.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에 밀려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이 통음했던 까닭은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펴기 어려웠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통음(通音)을 위한 통음(痛飮)이기도 했을 것이고.
통음(痛飮)의 뜻은 ‘술을 매우 많이 마심’이고 통음(通音)은 ‘소식이나 편지 따위를 주고받음’이다.(표준국어대사전) ‘음’(音)에는 ‘말, 언어’의 뜻이 있으니 통음(通音)의 한자 뜻을 새겨 넓게 해석하면 ‘말이나 뜻이 통함’이기도 하다. 통음은 곧 ‘소통’인 것이다. 이런 뜻으로, 이번에 뽑힌 새 대통령은 국민을 통음(痛飮)하게 하지 않는 ‘통음(通音)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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