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에 민주노동당은 없었다. 소속 의원 9명 전원과 보좌진 40여명이 각각 본회의장 안과 밖에 ‘존재’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절규’ 외에는 없었다.
민노당 의원들은 이날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를 막고자 본회의장 단상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열린우리당(139석)·한나라당(127석) 의원들과의 몸싸움이란 애초부터 무의미했다.
표결이 진행될 때 민노당 의원들은 단상 아래에서 ‘비정규 악법 날치기 처리 규탄한다’는 펼침막을 들고 “기득권에게만 열려 있는 열린우리당!”이라고 소리쳤다.
2년을 끌어온 비정규직 관련법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법안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 소리가 ‘땅땅땅’ 울려퍼지자, 본회의장 밖에 있던 민노당 소속 보좌진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 보좌관은 “9석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난해 11월 쌀 협상 비준안 통과 때처럼 격렬한 몸싸움이냐, 오늘처럼 차분한 의사표시냐의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두 정당만 손을 잡으면 민노당은 설 자리가 전혀 없는 냉혹한 정치현실에 대한 한탄이다.
법안 통과 뒤 우원식·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애라는 민노당 요구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이라고 비판하면서 “통과된 법안은 현재 감내할 수 있는 최선의 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노당은 곧장 새로운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민노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비정규직 악법을 철폐하기 위해 거리에서, 현장에서, 모든 영역에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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