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서도 제외된 민주노총 ‘외로운 싸움’
2년의 우여곡절 끝에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경영계, 한국노총 등은 오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하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 사유 제한’ 조항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개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에서 반대 시위를 벌인 민주노동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은 이번 법안의 통과가 가져올 결과를 심각히 우려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가장 잘 보장하는 길은 비정규직 자체를 철폐하는 것”이라며 “기간제 노동자 사용 사유가 제한되지 않은 이번 법안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을 합법화하고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비정규직법이 최선은 아니지만 최초의 법안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자”는 의견이다. 정길오 한국노총 대변인은 “2년 가까이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가 30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흡하나마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법안의 통과는 지난 9월 ‘노사관계 로드맵’, 이날 발표된 ‘노사발전재단 설립’과 함께 노사정 관계가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계속 굴러갈 가능성마저 보여줬다. 노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많은 노동문제 결정에서 한국노총에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정부가 제시했던 안에서 기업에 불리한 쪽으로 더 후퇴했다”며 향후 기업의 인력운용 부담과 노동시장 유연화 미흡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경총은 공식 성명에서 “정부는 후속 작업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기준을 명확히 하고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며, 노동계는 정규직의 임금 안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노동부 김인곤 비정규직대책팀장은 “이번 입법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근로계층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의 이호근 전문위원 역시 “비로소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와 남용 규제에 관한 법적 근거가 생긴 셈”이라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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