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9석의 국회 의석으로 비정규직 관련법 처리를 2년 가까이 저지하며 `소수의 힘'을 과시했던 민주노동당이 21일 고개를 숙였다.
민노당은 지난해 2월부터 10여 차례 국회 환경노동위와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며 법 통과를 막아왔지만 30일 법사위에 계류돼있던 비정규직법이 본회의에 직권상정되자 속수무책으로 법안 통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민노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은 이날까지 이틀째 법사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며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졌지만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든 열린우리당의 `고공 플레이'에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만 것.
그런 만큼 이들의 반발도 대단했다. 권영길(權永吉) 의원단대표 등 소속 의원 전원은 비정규직법 통과후 기자회견을 갖고 "850만 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와 양심 세력의 바람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야합 정치 및 날치기 폭거에 의해 짓밟혔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날치기 악법에 대한 모든 저항권은 유효하다"며 "쓰러진 비정규 노동자를 일으켜 세우고 모든 노동자와 함께 비정규악법 철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단병호(段炳浩) 의원은 "우리는 이 법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시민단체.노동계와 함께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당분간 원내 활동보다는 거리로 나가 시민단체 및 노동계와 함께 비정규직법 재개정 운동을 벌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관계도 급속하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캐스팅 보트'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의석수를 훨씬 뛰어넘는 힘을 발휘했던 민노당은 특히 비교적 이념.정책 성향이 가장 비슷한 우리당과 손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여-민노 공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여당이 한나라당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여당과의 관계는 이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관계도 급속하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캐스팅 보트'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의석수를 훨씬 뛰어넘는 힘을 발휘했던 민노당은 특히 비교적 이념.정책 성향이 가장 비슷한 우리당과 손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여-민노 공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박용진(朴用鎭) 대변인은 "여당이 한나라당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여당과의 관계는 이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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