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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차이나 게이트’라는 음모론과 팩트체크

등록 2023-10-11 09:00수정 2023-10-12 09:5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포털 ‘다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포털 ‘다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김준일 | 뉴스톱 대표

‘차이나 게이트’라는 단어가 집권여당에서 나왔다. 지난 1일 포털 다음의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 대 중국 8강전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93%, 한국 응원 7%로 집계되자 나온 반응이었다.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이튿날 “대한민국 초대형 포털에서 과반 비율로 중국팀을 응원하는 것은 분명 보편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집계”라며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에서 의심하는 ‘차이나 게이트’가 떠오른다”고 논평했다.

‘차이나 게이트’란 말은 2020년 초 일베저장소에 올라온 게시글에서 시작된 음모론이다. 중국 공산당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들을 동원해 인터넷상 여론을 조작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자연스레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당시 극우 유튜버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일부 청원의 조회수 급증이 중국인의 조작 투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2020년 3월2일 청와대는 ‘2월 한달간 지역별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기록’을 공개했다. 국내 96.9%, 미국 0.9%, 베트남 0.6% 일본 0.3%, 중국 0.06% 순서였다. 그러자 극우 유튜버들은 국내에 있는 조선족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음모론의 폐해를 여기서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백신 조작 음모론, 세월호 고의 침몰 음모론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큰 사회적인 비용을 치렀다. 부정선거를 막겠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지지자들이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서 밤새 지키고 있다. 선관위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코로나19가 거대 제약회사와 빌 게이츠가 만들어낸 질병이라며 백신 불신을 조장해 사회를 위험하게 했다. 세월호 침몰은 과적과 급변침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혹은 인신공양을 위해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그런데 방송인 김어준씨가 음모론자라며 공격하던 국민의힘이 음모론적 단어를 논평에서 언급했다.

그런 집권여당은 최근 ‘가짜뉴스 척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보도를 인용보도한 한국방송(KBS), 제이티비시(JTBC), 와이티엔(YTN)에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법적 근거 없이 인터넷신문 기사와 동영상도 가짜뉴스인지 판단해 징계하겠다고도 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10일 국정감사에서 연내에 가짜뉴스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답변했다. 방통위가 언론보도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정부가 판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정부기관이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나라는 없다. 언론과 시민들이 팩트체크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공산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포털의 클릭 응원 여론조작 의혹은 포털 다음이 수사의뢰했으니 누가 그랬는지 곧 밝혀질 것이다. 포털 다음은 네티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클릭 응원에서 로그인하지 않고 중복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문제라면 시정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만든 대통령실 홈페이지 국민참여토론의 경우 네이버나 카카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찬반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구글의 경우 계정을 무한히 생성할 수 있어 중복투표가 가능하다. 댓글은 무한히 쓸 수 있다. 당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참여토론 댓글 총 6만3886개 중 1만6486개(25.8%)가 중복 이용자 댓글로 추정됐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보수 유튜브에 나가 수신료 분리징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 투표 결과 수신료 분리징수 찬성은 96%가 나왔다.

중국 응원 93%와 수신료 분리징수 96%. 둘 다 비정상적인 수치로 보인다. 그런데 하나는 국기문란에 9·11 테러에 비견될 조작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의 여론이라고 한다.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한쪽에서는 음모론을 펼치는 여당, 여론 조작을 단속하겠다며 다른 한쪽에서는 여론을 한쪽으로 유도하는 정부. 둘 다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상식적인 정부·여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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