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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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중국 남자축구 8강전 때 포털사이트 다음의 ‘클릭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 응원 클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일을 두고, 4일 국민의힘이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드루킹 시즌 2’로 번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유상범 수석대변인)이라며 관련 법 개정 등 전방위적 압박을 예고했다.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털 규제를 강조해온 정부·여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포털 때리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작 세력은 반드시 발본색원해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댓글 국적 표기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온라인 댓글 작성자의 국적 또는 접속 국가명을 표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반국가세력들이 국내 포털을 기점 삼아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친민주당, 친북, 친중 세력이 자기 이해관계에 맞춰서 여론조작을 할 수 있다. 선거 때 (이런 세력이) 침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법과 제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발 빠르게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할 범부처 티에프를 신속히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방통위는 한-중 경기 전후로 다음의 ‘클릭 응원’ 3130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실제 서비스에 접속한 아이피(IP)는 5592명에 불과했다면서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를,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총리에게 보고했다. 방통위는 국외 세력이 가상사설망(VPN)을 악용해 국내 누리꾼인 것처럼 우회 접속하거나 매크로 조작으로 중국 응원 댓글을 대량 생성하는 수법이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보도자료를 내어 “두 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집중 클릭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 쪽은 이번 논란이 로그인 없이 참여할 수 있어 무제한 클릭이 가능한 이 서비스의 특징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한국-카메룬 월드컵 평가전과 지난달 28일 한국-키르기스스탄 축구 경기에서도 한국 클릭응원 비중이 10%대 그친 반면 상대국은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다음은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놀이 문화처럼 발생한 일까지 정치이슈화하다니 답답한 심경”이라고 했다.
미디어 전문 변호사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정부 비판을 못 하게 하려고 하나하나 정파적으로 접근하며 사법적 절차 없이 디지털 회사를 압박하니 네이버의 팩트체크 서비스 중단 등 포털사이트들이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디어영상홍보학)는 “이번 사안의 경우 아직 정확한 경위와 배경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안을 빌미로 포털 통제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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