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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년간 6명…중국의 발목을 잡는 숫자

등록 2022-04-28 18:14수정 2022-04-28 18:52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예나 지금이나 중국은 막는 데 익숙하다. 북방 민족의 침입에 만리장성을 쌓았고, 미국과의 체제 경쟁이 격해지자 인터넷을 막아버렸다. 최근 전염병의 유행 앞에서도 중국은 주민 수억명의 이동을 여러달 동안 막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많은 개인의 자유가 희생되고 있지만 사회적 안전이 우선이라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체제가 어떤 것인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상하이 봉쇄가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주민 2500만명이 외출을 하지 못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확진자는 1만명 이상 나온다. 확진자가 몇십명만 나와도 도시 전체를 봉쇄해버리는 중국식 방역정책 ‘제로 코로나’(칭링) 기조에 비춰 보면 봉쇄 해제는커녕 봉쇄를 더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적 희생도 무릅쓸 기세다.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치고 고용도 회복될 조짐을 안 보이지만, 봉쇄를 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봉쇄로 인한 불만이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양새다.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는 수도 베이징도 봉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약하지만 빠른’ 오미크론 변이는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엄격한 방역정책을 유지하던 한국, 대만 등에서도 게임의 판도를 바꿨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맞물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고, 다수 국가가 ‘걸려서 넘어가자’는 공존 정책을 택했다. 코로나 사태 3년째 피로도가 커지면서 강력한 봉쇄정책을 더는 취하기 어렵게 된 현실적인 상황도 작용했다.

중국만 예외다. 오미크론 변이 앞에서도 중국 당국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제로 코로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국가통신사 <신화통신>에는 거의 날마다 제로 코로나 기조를 옹호하고 선전하는 기사와 사설이 실린다. 미국, 유럽, 한국 등이 선택한 ‘위드 코로나’ 정책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무책임한 정책이고, 강력한 봉쇄정책이 궁극적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경제적인 효과를 내는 훌륭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과거의 승리 경험과 현재의 불안에서 기인한다. 확진자·사망자 수로만 보면 지난 2년 중국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왔다. 인구 14억명,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이지만, 이달 1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7038명에 불과했다. 같은 날 한국의 일일 확진자 수 26만4171명보다 더 적다. 사망자 수는 이달 1일까지 4638명으로 2020년 4월 이후 딱 6명 느는 데 그쳤다. 이른바 ‘통계 마사지’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찌 됐든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당 기간 통제해왔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이렇게 오미크론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향을 틀고 싶어도 틀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구형 백신을 접종했는데 화이자, 모더나 등 신형 mRNA 백신보다 효과가 훨씬 낮다. 병원도 부족하고 지역 간 차이도 크다. 공존을 택할 경우 수백만명이 사망하는,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재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을 당국의 최대 치적으로 선전해온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번째 연임 결정을 반년여 앞둔 상황에서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2년간 사망자 6명. 중국의 완벽한 방역정책을 상징하는 숫자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숫자가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을까.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에 중국이 도전하고 있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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