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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국가 사전을 다시?(3)

등록 2022-04-17 18:04수정 2022-12-11 16:53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일본의 <산세이도 국어사전>은 짧고 간결하며 객관적인 뜻풀이가 특징이다. 편집자 겐보 히데토시는 ‘사전은 거울’이라는 신념으로 일본어의 ‘현재’를 반영한 사전을 만들기 위해 당대의 낱말과 용례를 집요하게 수집한다. 잘못 쓰이는 것도 있는 그대로 실었다. 반면에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은 주관적이고 독특한 뜻풀이가 특징이다. 편집자 야마다 다다오는 ‘사전은 문명비판’이라는 신념으로 색다르고 장난기 넘치는 뜻풀이를 했다. 두 사람의 신념은 전혀 다른 성격의 사전을 탄생시켰고, 4천만부가 팔릴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사사키 겐이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사람들은 상상하지. 국립국어원에도 좋은 사전을 만들려고 평생 낱말들을 찾아 모으고 어떻게 뜻풀이할지 골머리를 앓는 학자들이 즐비할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 없다!(있어서도 안 된다.) 국립국어원은 다양한 언어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국책연구기관’에서 탈피하여, ‘사업의 외주화’에 익숙해진 ‘사업관리기관’으로 승격하였다. 사업의 외주화는 말과 관련한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단,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단기간에! 개정판 사전도, 지난 사전처럼 국립국어원이 ‘사업 관리자’가 되어 마치 조각보 만들듯이 전국의 언어학자 수백 명을 동원해 표제어 나눠주고 뜻풀이와 용례 제시를 맡길 것이다. 지난번에 7년이 걸렸는데, 이번엔 5년 만에 주파 목표. 놀라운 속도전이다.

‘편찬 지침이 있으니 문제없다’고? 물론이겠지. 다만, 말의 본질은 왜곡되고 사전엔 개성이 사라지며 말을 국가가 통제하는 꼴을 21세기에도 봐야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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