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지난주 칼럼을 보고 <미친 국어사전>, <국어사전 혼내는 책> 등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를 속속들이 파헤쳐온 박일환 선생님이 댓글을 다셨다. “국가 사전을 없애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을 포기할 리 없다. 어차피 개정할 거면 방향이라도 제대로 잡고 숱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어사전이 가야 할 길’, ‘국어사전 이렇게 만들자’는 내용을 담은 책을 서둘러 내야겠다.” 하지만 차마 미련을 버릴 수가 없다. 다시 에둘러 설득해본다.
산불이 휩쓸고 간 숲은 어떻게 되살아나는가? 2000년 최악의 피해를 본 강원도 고성은 처음으로 피해지를 반씩 나눠 인공 조림과 자연 복원을 진행했다. 인공 조림지엔 소나무를 들입다 심었다. 자연 복원지는 숲이 스스로 복원하도록 놔두었다. 그랬더니 조림지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생물량을 축적해 20년이 지나니 ‘풀-떨기나무-작은키나무-큰키나무’로 이뤄진 전형적인 숲 구조를 갖췄다(정연숙 강원대 교수).
국가 사전은 인공 조림을 닮았다. 전쟁으로 전국이 민둥산이었을 땐 인공 조림이 산림녹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인공 조림은 불에 취약하고 자생력과 다양성이 떨어진다. 자연 복원은 산불에 대한 저항력뿐만 아니라 생물종 다양성, 수자원 보호, 토양 보전, 수려한 경관 등 공익적 가치가 더 높다.
옷깃을 여미며 제안한다. ‘사전 생태계, 어떻게 복원할까’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자. 국립국어원, 사전 편찬 전문가, 글로 밥벌이하는 사람들, 시민 독자들이 모이면 좋겠다(그 자체로 생태적이겠군). 한겨레신문이 주최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