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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기현의 ‘몫’] 청년은 무사히 노인이 될 수 있을까?

등록 2022-01-09 18:25수정 2022-01-10 02:31

돌봄노동을 하는 박아무개씨가 서울 서대문구에서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 안부를 물으며 손을 잡고 있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서 무연고사, 고독사 등이 늘어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돌봄노동을 하는 박아무개씨가 서울 서대문구에서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 안부를 물으며 손을 잡고 있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서 무연고사, 고독사 등이 늘어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조기현 | 작가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 내가 1992년 1월생이니, 곧 생일을 지나고 정식으로 만 30살이 된다. 신년을 맞이하니 ‘장래’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 불어난다. 당장에 올해는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 골몰하다가 ‘어찌저찌되겠지’라는 낙관으로 불안을 피한다. 창작과 활동을 더 열심히 하자는 다짐도 하고, 쓰는 주제의 외연도 넓히자는 계획도 세운다. 하지만 나에게 본격적으로 ‘장래’ 고민을 촉발시킨 두가지 요인은 낙관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

하나는 지난해 연말에 도착한 국민연금 보험료 조정 안내 우편이었다. “노후소득 준비를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가급적 빨리 가입하시고 가능한 소득을 높게 신고하셔서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편에 적힌 설명은 틀린 말이 아닌데 묘하게 배알이 꼴렸다. 우선 나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다. 사업장가입자처럼 고용주가 보험료를 함께 부담하지도, 국가가 지원해주지도 않는다. 소득의 9%를 보험료로 혼자 내는 처지였다. 노후의 위험을 함께 나눠서 지자는 국민연금인데, 어쩐지 ‘함께’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 7월1일부터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지원이 시행된다고 하니 위안이 된다.

그럼에도 고민은 다 풀리지 않는다. 또래들과 대화로 노후 안녕을 나눌 때 국민연금의 자리는 쏙 빠져 있다. 지금과 같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로 국민연금이 지속된다면, 국민연금은 2057년에 고갈될 운명이다. 2057년은 1992년생이 딱 만 65살이 되는 해다. 하루빨리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보험료 열심히 내고도 받지 못할 거 같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해 12월9일에 발표된 ‘장래인구추계’였다. 통계는 2020년부터 2070년까지 한국의 인구 변화를 내다본다. 이번 통계는 앞선 2019년에 비해 초고령사회 진입 시기가 1년 앞당겨진 2024년이라고 설명한다. 2070년이 되면 고령인구가 1747만명으로 증가한다. 생산연령인구는 10년마다 357만명 감소해서 2070년이 되면 1737만명이 된다. 일대일의 부양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대일의 관계는 거시적 구조에서 하는 말이지, 실제 일상에서는 한명이 한명 이상을 돌보고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 즉 영 케어러(young carer) 문제를 대입해봐야 한다. 어린 생산연령인구가 아픈 생산연령인구를 돌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친밀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돌봄이 점점 더 희귀해질 것뿐 아니라, 청년이 막상 노인이 되었을 때는 그런 관계가 종말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영 케어러 자조 모임에서 우리가 늙으면 어떤 돌봄을 받을 수 있을지 상상해본 적이 있다. 돌봄 경험이 적지 않은데도 구체적인 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외려 막막했다. 앞으로 누가 지금 우리처럼 가난과 불안정 노동을 견디면서 아픈 이의 곁에서 더불어 살려고 할지 고민이 들어서다. 누군가 돌보기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이 나중에 돌봄을 받지 못하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오늘의 여성 노인의 삶이 그렇다. 한평생 돌봄을 떠맡았던 여성이 노인이 되어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만연한 오늘이다.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은 돌봄을 받았지만 돌봄을 하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갖는다. 일상에서 의전이라는 돌봄을 받고, 노후에는 돈으로 돌봄을 구매한다. 돌봄에 ‘무임승차’한 격이다. 여기서부터 ‘장래’의 낙관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사회보험도, 돌봄도 모두가 분담하려는 사회연대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은 무사히 노인이 될 수 있을까? 그를 위해서 공정과 능력을 벗어나 함께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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