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ㅣ 전서울시교육감·(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5월의 신록 속에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안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 화가 치민다. 우리의 ‘국뽕’급 민주주의가 아직도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뜨거웠던 촛불의 함성도, 드높았던 적폐청산의 기치도 전교조의 법외노조 족쇄를 풀지 못했다. 지금은 명명백백히 드러났지만 ‘전교조 죽이기’의 추진 주체는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정권의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었다. 2010년 1월22일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기획하고 2013년 10월24일 박근혜 정권의 고용노동부가 실행했다.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협의해서 2심 재판장을 교체한 사법농단 사실이 2018년에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 그대로다. 촛불혁명과 정권교체, 적폐청산을 차례로 거쳤어도 그대로다. 전교조 확인 사살을 위한 박근혜 청와대-양승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문건과 전교조 죽이기를 위한 엠비(MB) 국정원의 비밀기획 문건이 공개됐어도 그대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대를 이어 휘두른 국가폭력이 아직도 해소되지 못했다. 펄펄 살아 있는 진짜 노조 전교조를 노조가 아니라고 우기는 국가 차원의 거짓과 억지, 배제와 차별이 아직도 통용된다. 전교조의 피해도 계속된다. 법외노조 철폐 투쟁이 최우선이라 정책 개발과 현안 대응에 전념하지 못하고 신규 교사들이 가입을 꺼리는 현상도 큰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전교조 사안은 대법원 판결에 맡겨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동인권 피해자이자 사법농단 피해자인 전교조와 지지자들에게 최소한 2~3년은 기다리란 뜻이었다. 이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희망고문의 형식으로 2차 피해를 가한 것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권이 달리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일방적으로 직권취소하면 됐다. 행정처분청은 소송 중에도 얼마든지 직권취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해직 조합원을 빌미 삼아 법외노조 통보를 허용해온 현행 시행령 조항을 국무회의에서 폐기하거나 통보 요건을 강화하고 그에 따라 직권취소하는 2단계 해법을 취해도 됐다. 문재인 정부는 엉뚱하게도 여소야대 국회에 국제노동조약 비준을 주문하며 생색을 냈고 당연히 실패했다.
이제 대법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양승태 대법원마저도 1년 넘게 그냥 뭉갰을 만큼 법리적으로는 궁색하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조합 활동으로 해직당한 조합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계속 주는 것이 당연하다. 전교조가 조합 규약으로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해온 이유다.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게 확립된 국제노동법 원칙이다. 헌법재판소도 해직교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해서는 안 되고 그 때문에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이 침해받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2013년 현재 6만 조합원의 직선 지도부를 두고 있는 전교조가 해직교사 9인의 허수아비 조직이 아닌 이상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였다. 이것이 국내외의 모든 양식 있는 이들이 공감하는 법 해석이다.
설마하니 천지사방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를 우리 대법원만 못 들을 리 없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들어본 뒤 신속하게 상식과 진실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