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에미들에게
생때같은 자식 잃은 것처럼
큰일 또 있을까
기름 때 절은 차림으로
바람처럼 나가면서도
내 볼에 닿던 그 따뜻한 뽀뽀
곰살스런 네 미소가 생생한데
처참하게 찢겨버린 육신
피딱지에 퉁퉁 부은 얼굴
그날 입고 나간 옷에서
겨우 너를 찾아내고 목을 놓았다
20년을 내 손으로 키웠지만
너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어찌 네 에미라 할까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 했던
지난날의 내 다그침이
이리 큰 잘못임을 이제야 알았구나
네 동생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으마
기름장어처럼 쑥쑥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렇게 키우지 못해서 미안하다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마는
그리할 수밖에 없었음이라
그래서 복장이 터지는데
오히려 규정을 어겼다며
네 잘못을 거론하는 저 뻔뻔함을
에미는 잊지 않을란다
하루 종일 굶으면서 쫓겼던 날이
너의 마지막 날이라니
뭐가 그리 바빴느냐
공구 가방 속의 라면은 왜 남겼느냐
그것 먹고 적당히 머뭇거렸다면
그러면 우리는 오늘
푸지게 생일파티를 열 수 있을 텐데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너를 밀어넣고도
사죄도 반성도 없다
예고된 죽음이었음을
왜 나만 몰랐을까 눈물만 흐른다
참혹한 현실을 애써 감추고
나를 위로하던 햇살 같은 네 미소가
이리 큰 아픔으로 올 줄 몰랐었다
가슴이 찢어지고
억장이 무너지는구나
구의역에서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의 어머니의 글을 보았다. 울음이 왈칵 쏟아졌다. 왜 이런 사고들이 연이어 나고 있을까.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원년으로 삼겠다던 결기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어머니의 절규와 분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송일섭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강변로
이슈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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