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왜냐면] 양의모 | 전 대학교수·작가
대통령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에 대한 비난을 계기로 보수언론이 사교육에 대한 성토를 쏟아내는 진풍경이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진보세력 인사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취업이 어려울 때 사교육업체를 운영해 생계를 이어간 사실을 들먹이며 진보세력과 입시문제를 연동시키는 억지 주장마저 나타났다. 즉 킬러 문항이 진보세력의 사교육 장악과 관련이 있다는 기발한(?) 논리를 제기한 것이다. 사교육 업체 중에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된다고 사교육과 진보세력을 일체화시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이제껏 보수세력이 줄기차게 입시와 경쟁, 사교육에 대해 보여준 태도와 그들의 주장이 너무나 모순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인재양성을 명분으로 경쟁과 입시 사교육의 발전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던 그들이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이를 악의 축인 양 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목고, 자사고 등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고교평준화를 무너뜨리는 제도를 옹호해 온 그들이 과연 할 수 있는 주장인지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들의 언변은 화려하나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그것은 경쟁과 입시로 점철된 교육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반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평준화=하향평준화라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오면서 어려서부터 입시교육에 몰입하게 하는 정책을 부르짖던 그들이 입시와 사교육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모습에서 엄청난 자기모순을 느끼는 것은 필자 한 사람일까? 그 와중에도 경쟁체제 자체에 대한 반성은 생략한 채 말이다.
더 이상 진정성 없는 사교육 성토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지 말고 자신들이 구축해온 ‘친 사교육, 경쟁 지상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과 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고교평준화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괴담’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준화를 이루면서 우리는 고도성장을 했고 특목고, 자사고 등이 등장하면서 고도성장이 끝났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평준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장본인이 보수가 그토록 추앙하는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무개 보수언론 사설에 “제비뽑기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 한…사교육은 영속”할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제비뽑기로 평준화를 해서 고도성장을 이뤘다면 제비뽑기로 사교육을 없애더라도 나라가 망할 일은 없으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냥 평준화=망국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