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6일 내놓은 대학 입시 관련 사교육 경감 대책은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사실상 수능 1등급 컷인 4% 안에서도 초상위권 학생들만 매달리는 킬러 문항을 제거하는 정도의 정부 대책으로 극도로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사교육 문제를 잡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9년 만에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한 교육부조차 ‘킬러 문항 배제에 따른 사교육 경감 효과’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에 따른 사교육 경감 규모를) 금액으로 말씀드리긴 힘들다. 다만 (교육과정 밖 수능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했던 부분들은 경감되지 않겠느냐”는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놓았다. 실제 수능 난도를 낮추는 게 사교육비 경감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통계도 있다. 예를 들어, 2015학년도 수능은 ‘역대 최악의 물수능(쉬운 수능)’으로 불렸는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물수능이 치러진 2014년 24만2천원과 견줘 이듬해 24만4천원, 2016년 25만6천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국 사회는 사교육이 특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킬러 문항을 제거한다 해도 줄세우기 평가, 대학 서열화 그리고 이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적 대우 등 (사교육 유발의) 구조적 요인을 그대로 둔다면 사교육에 의존하는 풍토는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환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수학 담당)도 “킬러 문항이 정말 필요한 학생 비율은 극소수다. 근본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아무리 킬러 문항을 배제해도 사교육 시장은 변형된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대책에 앞서 정부가 꼬집은 ‘사교육 카르텔’이 어떤 것을 겨눈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한겨레>에 “교육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누리집을 가보면 무엇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조차도 법률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 존치에 따른 사교육 대책으로 내놓은 후기 학생 선발 및 자기주도학습전형 유지 등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장승진 정책위원은 “자사고와 특목고는 대학 입시 출발점에서부터 선발권을 갖고 있는데, 이 선발권을 건드리지 않고 엉뚱한 후속 대책만 내놓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짚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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