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관련) ‘지시’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교육부가 ‘등록된 게 없다’더라.”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통령 구두 지시는 시스템에 꼭 남기지는 않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촉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와 관련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의 ‘공교육 밖 수능 문제 출제 배제’ 지시 뒤, 교육부 대응이 낳은 혼란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민주당 쪽에선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계시를 받았느냐”며 “대통령이 이런 얘기를 해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금 대혼란에 빠져 있다”고 몰아붙였다.
반면 여당 쪽에선 ‘공교육 내 수능 출제’ 원칙을 방어 논리로 내세웠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킬러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끌어내 고가의 사교육비를 지불하게 만든다”며 “결국 학부모 등골을 휘게 만드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이날 현안 질의에서는 하루 전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근절 대책의 적절성도 논란이 됐다. 이 장관은 “공정 수능이라는 큰 원칙은 매년 강조됐고 실제로 현장에서 ‘킬러 문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평가당국이나 교육부가 단호한 의지를 갖고 시정하지 못했다”며 “그 부분을 크게 반성하고 22개 킬러 문항을 공개한 것”이라고 킬러 문항 출제에 대한 ‘반성’을 주로 언급했다. 이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고 하면서 앞서 정부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밝힌 자사고·외고 존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경쟁 사회와 줄 세우기를 완화할 고민 없이 킬러 문항만 핀셋으로 집어낸다고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이번 수능 메시지가 적절했냐’는 질문에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서 윤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지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육부 대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을 경질하고, 실제 수능 모의평가와 본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 나섰다. 이후 이규민 평가원장은 지난 19일 “평가원의 노력에 대해 (정부가)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며 사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현안 질의에서는 지난 22일 개통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서 다른 학교의 기말고사용 시험 답안지(문항정보표)가 인쇄되는 등 오류로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불편함을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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