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경기 안양시 동안고 교사
입학사정관제, 이대로 좋은가
대학의 학생 선발에서 성적 위주의 획일적 방식을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 대학의 설립이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자는 뜻에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흔들리고 있다. 주요 10개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합격자를 분석한 3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서울의 강남구가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지역 편차가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사정관제 개선 방향에 대해 학부모단체, 현직 교사, 입학사정관의 의견을 들어본다.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정상화, 성적위주 선발 탈피 등을 위해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과 고교의 연계, 선발된 학생의 추후관리까지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구와 특목고가 입학사정관제에서도 강세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배경과 기대효과가 처참히 무시된 결과이다.
서울권이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년간 입시지도를 해온 사람으로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여전히 불평등이 지속되는 상황에 지치고 힘이 빠진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입학사정관제는 2004년 도입이 제안되어 2007년부터 일부 대학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이제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입학전형 유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입학사정관제가 마치 대학입시의 주인공인 양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수 있는 신입생은 모집정원의 약 20% 정도에 불과한데, 모든 학생이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장기간의 준비와 일관된 노력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 학생 이력의 ‘스토리’가 구성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의미있는 활동이 연속되어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 준비하지 않고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 힘들다. 아직 초기 단계인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학생의 잠재적인 능력을 측정하기보다는 가시적인 결과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가시적인 결과, 즉 ‘스펙’을 갖추기 위해선 정보력이 필수다. 이른바 ‘대치동’이 ‘한국 사교육의 메카’라고 불리게 된 것은 학습의 ‘질’보다는 정보의 ‘양’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에서도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강남지역과 특목고 학생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존의 대입제도가 안고 있었던 선발 경쟁에서 교육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단순히 선발의 의미에 그치지 않고 대학의 인재관과 교육관에 맞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육성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 및 특목고 학생들이 더 많이 선발된 현재의 결과는 단순히 선발의 의미에 그치고 있는 상황을 잘 반영한다. 입학사정관제 본래의 취지를 살려서 교육에 필요한 도구로서 잠재능력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서 운영한다면 자연스럽게 대입제도의 한 부분으로 정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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