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3년 파탄난 외교안보통일
아베 우경화 탓 냉랭한 관계
10억엔 대가로 ‘불가역적 합의’
일본은 국제무대서 ‘강제연행’ 부인
양국 관계 근본적인 개선 없이
미·일이 그려온 구도대로
북한 봉쇄·중국 견제에 합류
아베 우경화 탓 냉랭한 관계
10억엔 대가로 ‘불가역적 합의’
일본은 국제무대서 ‘강제연행’ 부인
양국 관계 근본적인 개선 없이
미·일이 그려온 구도대로
북한 봉쇄·중국 견제에 합류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한-일 관계는 줄곧 위태롭고 험악한 분위기였다. 1차적인 원인은 일본 쪽에 있었다.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여년간 한-일 협력의 기초가 됐던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패전 70주년을 맞아 역사 수정주의적인 ‘아베 담화’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초강경 대일 정책을 폈다.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한 일본 국가 차원의 직접 개입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신념’을 지닌 아베 총리가 양보를 하지 않자 한-일 관계가 ‘올 스톱’하고 국제 무대에서까지 ‘역사 외교전’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가 부른 ‘자승자박’이었다.
그러나 이런 대일 원칙론은 한-일 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과 한국 내부의 피로감 등으로 급격히 무너졌다. 정책 조정의 과정은 충분한 논의나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를 일언반구도 담지 않은 지난해 8월 아베 담화를 그대로 수용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28일 위안부 문제에 전격 합의한다. 특히 10억엔이라는 돈의 대가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굴욕적인 합의 내용이 큰 논란을 낳았다.
한국의 양보로 위안부 합의는 이뤄졌지만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2일 일본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지칭하면서도,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은 2년 연속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한-일이 ‘친구’가 아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때문에 협력해야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방하지 말자는 합의 내용을 비웃듯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은 16일(현지시각)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선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선전했다.
결국 일본이 한국한테 원하는 것은 북한을 봉쇄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 협력이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한국을 향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의 체결을 요구하고 있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 답변에서 이를 “검토해 가겠다”고 화답했다. 한·일 양국은 당분간 서로가 서로를 마음으로부터 신뢰하지 않은 채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을 위해 군사적인 협력을 하는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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