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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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문가 시찰단이 이달 23~24일을 포함해 나흘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하지만, 일본 정부의 반대로 ‘시료 채취’ 등을 통해 한국 정부가 오염수의 안전성 여부를 자체 검증할 길은 막히게 됐다. 시찰단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지만 올여름께 바다로 방류되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시찰단이 현장을 둘러본 뒤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으면, 국제사회에 한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묵인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①2.8%만 기준 충족, 알프스 성능 충분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의 가장 큰 쟁점은 안전성이다. 현재 오염수는 1060개가 넘는 거대 탱크에 담겨 있다. 이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최소 한번 정화를 거쳤지만, 70%가량엔 여전히 세슘·스트론튬·요오드 등 생명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들어가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알프스로 여러 차례 정화해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올여름께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은 한국 시찰단을 1천개가 넘는 오염수 탱크 가운데 2년 넘게 알프스를 통한 정화를 거듭해 법적 기준에 맞춰 놓은 탱크 30기(2.8%)로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대만과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모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도 30기 중 일부인 ‘K4’ 탱크 그룹을 시찰했다. 한국 시찰단은 도쿄전력이 이미 검증을 끝낸 탱크 정도만 둘러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년 동안 오염수의 안전성을 독자 검증했던 태평양 섬나라들은 이런 불안 요인 때문에 일본 정부에 ‘방류 연기’를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2월에 낸 입장문에서 “저장 탱크의 복잡성과 거대함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실시된 알프스 검사량으로는 적절하고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바다 방류의 안전성을 판단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시찰단은 일본이 보여주려는 극소수의 ‘안전한’ 물탱크에 매몰되지 말고 알프스의 성능을 철저히 파악하고 도쿄전력이 오염수 전체의 위험성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② 사고 전보다 10배 늘어나는 삼중수소, 생물학적 안전성은?
두번째 점검 포인트는 알프스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트리튬)의 안전성이다. 원전에선 삼중수소가 배출된다. 각 국가들은 각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를 배출한다. 일본은 2011년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참사 전엔 연간 2.2조베크렐(㏃·방사성 물질의 초당 붕괴 횟수 단위. 2010년 기준)에 달하는 삼중수소를 바다로 방류했다. 하지만 올여름 방류가 시작되면 그보다 10배가 늘어난 연간 22조베크렐이 바다로 쏟아진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 132만t에 삼중수소가 약 860조베크렐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에도 오염수가 매일 90~140t 증가하고 있어 최소 40년 이상 바다로 쏟아버려야 한다.
삼중수소의 안전성은 의견이 분분하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대체로 ‘별 영향이 없다’고 말하지만, 크게 우려하는 생물학자들도 많다.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생물학)는 지난달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 전수를 분석한 결과, 여러 논문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유전자 손상 정도가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세슘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어느 정도 검증했는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40년이 넘는 장기 영향은 아직 인간의 지혜가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9월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내에서 삼중수소를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에 광어·전복 등을 키우는 사육장을 시찰단에게 보여주고 있다. 생물에 대한 영향을 어떻게 관찰·추적하겠다는 것인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모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사무국과 이들을 자문하고 있는 독립적인 연구진은 올해 2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현장 시찰을 진행했다. 이들은 2년 넘게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정화를 거듭해 법적 기준에 맞춰 놓은 ‘K4’ 탱크를 둘러봤다. 도쿄전력 누리집 갈무리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방류는 일본과 인접해 있고, 생선 소비량이 많은 한국에는 치명적이다. 특히 방류가 시작되면 한국 어민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도 같은 이유로 바다 방류 대신 좀 더 안정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도쿄전력은 애초 오염수 탱크가 올해 여름~가을 사이에 가득 찰 것으로 예상했는데, 강수량 감소와 오염수 저감 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년 2~6월로 늦춰졌다.
일본 어민들과 시민사회는 오염수를 10만t급 초대형 탱크에 저장하거나, 오염수에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모르타르 고체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 대표도 10일 한국 국회 토론회에서 “10만t급 탱크는 세계 각국에서 석유 비축에 사용되는 등 검증이 됐다. 모르타르 보관법도 다른 핵시설에서 시행되는 기술이다. 해양 방류만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포함된 시찰단인 만큼 이런 목소리까지 폭넓게 수용해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생산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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