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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후쿠시마 가기도 전에 일본 눈치 보는 정부, 견학단 될 우려

등록 2023-05-12 18:13수정 2023-05-13 01:33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세워진 탱크들에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올 여름 이 오염수들을 바다로 방류하려 하고 있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세워진 탱크들에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올 여름 이 오염수들을 바다로 방류하려 하고 있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오는 23~24일 진행될 한국 전문가들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관련 시찰이 시료 채취 등 검증이 아닌 ‘현장 확인’ 성격이라고 정부가 12일 밝혔다. 정부는 “현장 검증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검증은 고사하고 일본의 방류 강행에 조력자가 돼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찰단 파견이 “해양 방류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현장 확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 시료를 직접 채취해 검증하거나, 수산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바다 생태계에 대한 생물학적 영향 조사는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본이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혀, 원자력 산업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이 시찰단의 주류가 될 전망이다. 이날 한·일 당국은 외교부 국장급 실무협의를 통해 시찰단 일정 등을 조율했는데, 시찰단은 정부 관련기관 및 산하기관의 원자력안전·해양환경 등 분야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될 것이 유력하다. 정부 입김 아래 있는 이들이 아무리 전문가라 한들, 어떤 입장을 내겠는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 ‘견학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지난 9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 시찰단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 정부는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로데이터(원자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일본이 제대로 자료를 제공할지도 미지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체 시민들의 건강, 바다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엄중한 사안이다. 한국 시찰단이 방류를 사실상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허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도 매우 크다.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만을 외치며 일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판단이다. 11일에도 일부 여당 의원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일본이 부르는 대로 ‘처리수’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시찰단 구성과 시찰 과정, 이후 검증 결과 발표까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임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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