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빈민가밀집지역(슬럼)인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를 방문, 열악한 주거환경을 살펴보고 있다.(나이로비=연합뉴스)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연말 자신과 유엔의 활동을 취재하는 각국 특파원들과 저녁을 갖는 자리에서 유명한 성탄 캐럴인 '산타 할아버지 오신다네'(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운율에 맞춰 개사한 가사를 소개하며 기자들을 '경고'했다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취임 1개월을 맞은 반 사무총장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그의 뛰어난 유머 감각과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공개 강연을 가질 당시 사형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취임 첫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을 상기한 듯 "8명의 역대 유엔 사무총장 중 단 하루도 언론과 허니문 기간이 없었던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라고 언급, 좌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그는 또 유명 앵커인 ABC 뉴스의 샘 도널드슨이 질문자로 나서 미 행정부의 선제 공격론에 대해 묻자 "당신을 많이 봤는데 직접 만나 대화를 하기는 처음"이라면서 "질문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 고 먼저 칭찬하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신문은 이어 반 사무총장이 UN의 특파원들에게 익숙한 '크리스마스 튠'으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나는 목록을 만들고 있다. 이 목록을 두번씩 점검하고 있다. 누가 장난꾸러기인지 누가 착한 지 알아낼 것이다. 반기문이 읍내로 오신다네.(I'm making a list. I'm checking it twice. I'm going to find out who's naughty or nice. Ban Ki Moon is coming to town.)』
이 신문은 반 사무총장이 전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집에서 아침 식사와 함께 팩스로 전달된 뉴스 줄거리를 보길 즐겨했던 것과는 달리 아침 일찍 사무실에서 아침 뉴스 브리핑을 받길 원하고 있다면서 유엔 사무총장실의 한 보좌관은 반 총장 치하에서는 아난 전 총장 때 보다도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될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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