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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분노가 불안을 떨쳤다” 그리스 도심 한밤 환호 인파

등록 2015-07-06 08:54수정 2015-07-06 20:37

5일(현지 시각) 그리스 국민투표 1차 결과가 나오자 반대표를 던진 시민들이 아테네 도심 신타그마 광장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AP 연합뉴스
5일(현지 시각) 그리스 국민투표 1차 결과가 나오자 반대표를 던진 시민들이 아테네 도심 신타그마 광장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AP 연합뉴스
르포/구제금융안 부결시킨 그리스 표정
“유로존 퇴출” 협박에도 일방적 긴축 요구 거부
치프라스 총리 정치적 승리 불구 앞길은 험난
6일 자정을 넘긴 새벽(현지시각)이지만 그리스 아테네 도심의 신타그마 광장은 그리스 국기를 흔드는 인파의 환호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5일 치러진 그리스 국민투표의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현재,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을 깨고, 추가 긴축을요구하는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오히(반대, OXI)‘가 61%로 압승을 거뒀다. 네(찬성, NAI)는 39%에 불과했다. 연금 추가 삭감 등 채권단의 추가 긴축요구가 모욕이라며, 협상안에 반대 표를 찍어달라고 호소해온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의 압승이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5일 늦은 밤 텔레비전 연설에서 “그리스인들은 연대와 민주의 유럽을 위해 투표를 했다”며 “내일 그리스는 곧바로 협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는 그리스의 금융 안정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가 유럽과의 결별이 아니며, 유로존 안에서 그리스의 성공 가능한 미래를 협상할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1월 집권 뒤 채권단의 추가 긴축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결국 국민투표라는 벼랑끝 승부수를 던졌고,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긴축은 견딜 수 없다는 그리스의 분노와 도전의 정서가 유로존에서 퇴출될 지 모른다는 불안을 눌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년 동안 채권단의 요구로 긴축정책 속에 경제 붕괴와 치솟는 실업의 고통을 겪어온 그리스인들은 더 이상의 채권단 요구와 긴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투표가 유럽중앙은행이 지원을 대폭 줄인 ’금융 융단폭격‘ 상황에서 치러졌으며, 그리스의 재벌(올리가르흐)들이 지배하는 언론은 방송은 석유와 약품이 떨어져 가고 있다고 불안감을 부추기고 연금생활자들이 어려움을 강조했는 데도 그리스인들은 채권단 요구에 대한 반대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채권 단은 추가 부채 탕감 방안은 내놓지 않으면서, 그리스에 추가 연금 축소와 증세를 요구했고, 치프라스 총리는 이런 요구는 모욕이라며 협상장을 나왔다.

이번 투표 결과로 유로존의 미래는 갈림길에 섰다. 채권단은 그리스의 `오히’(반대) 투표는 채권단과의 협상에 대한 거부이며,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또한 채권단은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와 치프라스 총리와는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상황이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6일 파리에서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의 상황에 대해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7일 유럽연합 정상회의 개최도 재안하는 등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곤혹스런 태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환호 분위기가 오래 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당장 급한 불은 과연 채권단과의 협상을 재개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느냐이지만, 위기를 벗어날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은행들의 자금은 떨어져 가고 있고, 유럽중앙은행이 긴급자금을 수행해 주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금융 상황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은행들이 영업을 중지하고 ATM을 통해 하루 60유로씩만 인출하는 상황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가 다수로 나오면 부채 탕감 등이 포함된 더 좋은 협약을 48시간 안에 체결하고 은행 영업을 7일부터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의 주장대로 ‘더 좋은 협약’이 체결될 것인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동성 지원을 중단해 그리스 은행들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지 등 180도 다른 주장이 맞서고 있다.

유로존 지도자들은 반대가 나오면 그리스는 유럽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해 최악에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전망도 나온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놓인 데 이어 그리스 시중은행들도 디폴트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은행 영업 중단과 자본통제 조치를 전격 단행한 것은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스 은행의 유동성 완충 규모는 10억유로 정도에 그쳐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 없이 예정대로 7일 은행 문을 열고 하루 인출 금액을 60유로로 제한한 자본 통제를 푼다면 은행들은 도산이 확실시 된다.

아울러 투표 과정에서 유로존 잔류 채권단의 요구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그리스 내부의 여론도 만만치 않았고, 분열된 그리스란 현실은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아테네/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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