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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몽골최전방 물류 자원생산의 순망치한

등록 2014-05-16 10:50

[한겨레 창간 26년 특집, 떠오르는 환동해]

몽골 동북아 전문 물류업체 청조해운항공과 형석생산가공업체 후성HDS
‘드라이 포트’와 형석 생산을 결합해 동반성장의 기회를 다져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을 갖는 ‘순치 관계’는 바로 이웃하고 있으면서 상호보완성이 있어 서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이 용어는 1950년대 중국의 저우언라이가 북중 관계를 언급하며 사용한 이래 북한과 중국이 양자간 전통적인 우호를 강조할 때 주로 애용해 우리 귀에 익숙하다. 그러나 순치 관계가 어디 국가간 외교 관계에만 있을까.

  몽골 형석의 주산지 아이락에 위치하며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약 300km)을 무대로 진행 중인 한국 물류업체 청조해운항공과 형석 생산가공업체 후성HDS 현지공장의 전략적 제휴도 단순한 협업 관계를 뛰어넘어 순치관계라 부를만하다. 청조해운항공은 사업 방향을 한몽 물류에 집중하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물류네트워크를 한껏 활용, 신속하고 안전하게 후성HDS의 생산물을 국내 본사에 운송함으로써 후성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청조해운항공에 후성HDS는 안정적인 물량 공급처 구실을 함으로써 청조해운항공의 몽골진출 기반마련에 ‘손’이 되어 주고 있다.

 청조해운항공은 몽골에서는 최초로 일종의 내륙 육상항만이라 할 ‘드라이 포트’(dry port. 컨테이너 터미널, 야적장 및 보세창고, 세관 기능을 갖추고 화물 환적 등 해양항만과 다름없는 화물 처리 기능을 수행)를 아이락에 설립했다. 후성HDS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몽골의 형석광산 개발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또한 두 회사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화된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후성HDS의 모기업인 ㈜후성은 냉매가스업과 2차 전해질사업을 주력 사업부문으로 한 냉매가스 전문 제조업체이다. 후성HDS를 몽골 아이락으로 이끈 것도 바로 바로 이 냉매가스 제조의 주원료가 되는 형석이었다. 몽골이 손꼽히는 형석 매장량을 갖고 있으며 아이락 지방의 형석 원광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후성HDS가 몽골에 진출할 당시 세계 최대 형석 수출국은 몽골과 바로 이웃한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은 형석에 대해 수출세를 부과하고 있었다. 이런 중국에 비해 몽골은 자국산 형석의 해외 수출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었다. 후성HDS로서는 몽골에서 나는 형석을 생산가공하여 국내 본사에 공급하는 것이 중국에 비해 유리했다. 다만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오지’라 할 수 있는 몽골로 들어갔을 때의 시간 거리 비용, 즉 물류비의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됐다. 바로 이 때 이 문제를 해결해줄 ‘임자’, 즉 청조해운항공이 나타난 것이다.

  후성HDS는 2011년 말부터 광산사업 대상지에 대해 측량작업을 벌이고 형석광산을 매입하기 시작하는 한편, 형석 원광석을 가공처리하는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후성HDS의 아이락 공장은 이미 생산에 들어가 형석 가공처리 제품을 한국 본사로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 능력의 확장을 위한 공사가 2014년 5월 현재 마지막 공정을 남겨놓고 있다.

  청조해운항공이 최근 10년간 구사했던 성장전략은 ‘지역 특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기준 연간물동량이 2,500 TEU인 청조해운항공은 국제 물류분야에서는 비교적 작은 축에 속하지만, 사업 여력을 몽골 시장개척 등 ‘북방권’에 집중시킴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지식,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청조해운항공은 올해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한 보고서에 ‘중소 물류기업의 경쟁력 강화’ 모범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청조해운항공은 한국-몽골간 전체 화물의 40%를 점하고 있다.

  청조해운항공이 ‘미래의 땅’ 몽골에 진출하는 것은 약 10년 전이다. 청조해운항공은 주로 인천과 중국의 텐진을 오가며 국제 화물을 취급하는 회사였다. 몽골로 진출할 무렵 청조해운항공은 이미 동북아의 국제화물이 인천-텐진(해운 구간)-베이징-얼렌(이상 철도 구간)을 거쳐 다시 몽골의 남동부로부터 북동부까지 자민우드-사인샌드-울란바타르-수흐바타르(이상 철도 구간)를 지난 뒤 다시 러시아의 이른바 ‘시베리아 대륙교(land bridge) ’, 즉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연결된다는 사실에 익숙해 있었다. 이중 몽골철도의 남쪽 관문이라 할 자민우드에서부터 중국 텐진, 즉 황해에 닿을 때까지의 철도길이는 995㎞에 이른다.

  최근 수년간 몽골에서는 몽골 최대의 탄광 타반 톨고이와 역시 몽골 최대이자 세계적인 광산업자들 사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구리광 오유 톨고이의 개발과 이들 광산에서 생산된 광물의 해외수출을 위한 신선철도 계획이 수립?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몽골에서 가장 중요한 철도 노선은 현재까지도 남동쪽의 접경도시 자민우드와 북동쪽의 접경도시 수흐바타르를 이어주는 ‘몽골종단철도’이다. 몽골의 주요 수출입은 자민우드-수흐바타르 구간을 근간으로 하는 이 철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청조해운항공측은 바로 이 철도 노선의 중간선상에 있으며 형석 원광석의 집산지 구실을 하고 있는 아이락에 드라이 포트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드라이 포트 부지는 이 포트에서 바로 화물을 선적 하역할 수 있도록 아이락 철도역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매입했다. 드라이 포트 공사는 2013년 진전을 이뤘고 하반기엔 후성HDS와의 협업 시스템이 구축됐다.

  청조해운항공과 후성HDS는 모두 아직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사업 여건이 열악하다고 볼 수 있는 몽골에서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종의 리스크를 감수하며 한국 기업들의 유라시아 활동 무대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하나의 유라시아’를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북한 동해의 청진을 출발하여 투먼-창춘-바이청-아얼산(중국 구간)을 지나 몽골의 탐삭블락-후트-바룬우르트(몽골 구간)를 거쳐 몽골철도의 또 다른 요충지인 사인샌드로 이어지는 이른바 ‘투먼 회랑’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 투먼회랑의 발전에는 그러나 아직 상당한 물리적 제약요인이 있다. 북한쪽 청진-투먼도 그렇지만 몽골을 동서로 횡단하는 철도가 놓여지지 않아 거대한 단절 고리(missing link)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박성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박성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따라서 동북아 관련 당사국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투먼 회랑개발의 핵심 요소로 몽골의 동서간 철도(타반톨고이-초이발산) 건설을 지목하고 있다. 국제 교통 전문가들은 투먼 회랑의 중요성상, 그리고 몽골 자체의 필요에 의해 2020년경이면 몽골의 동서간 철도 건설사업이 완료되어 바로 이 잃어버린 고리가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조해운항공과 후성HDS는 바로 이 동서간 철도(몽골이 현재 추진하는 신선철도 건설의 제1단계 구간)의 가장 중요한 연결점인 사인샨드의 이웃에 위치한 아이락을 활동 무대로 한다. 내륙 최전방에 진출해 작지만 환동해 시대를 열어가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다.

 박성준 전문 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sjpark@km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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