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하산~나진 오가는 화물 연 400만톤 환적

등록 2014-05-15 11:21

‘북-러 협력프로젝트의 끝’ 하산역
4월23일 오후 3시께 러시아 연해주 최남단 하산역에 들어섰다. 취재진이 탄 차량을 가로막는 경비원도, 표지판도 없었다. ‘한달 전에 승인을 받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던 건 괜한 소리였나.’ 오해는 금방 풀렸다. 역사를 채 한바퀴 둘러보기도 전에 군인들이 출동했다. 한국인 넷, 러시아인 둘인 기자 일행은 이후 3시간여 조사 끝에 경위서를 쓰고, 열 손가락 지문을 찍고, 경고장을 받고 풀려났다. 남-북-러 협력의 거점으로 떠오른 하산역을 먼발치에서나마 둘러보자던 소박한 욕심은 그렇게 가벼운 소동극을 낳고 끝났다.

군 막사와 허름한 농가들로 둘러싸인 하산역은, 적어도 한국인들에겐 지금 극동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다. 북한 나진항과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는 북-러 물류협력 프로젝트의 러시아 쪽 기점인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도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북-러 합작회사의 러시아 쪽 지분 일부에 한국 기업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올 2월 코레일·현대상선·포스코 컨소시엄이 실사를 다녀왔고, 최근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4월 하순에 평양을 다녀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맞물리며, 남북협력도 되살릴 수 있는 최적의 계기로 기대를 모은다.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러시아 극동철도청 부청장은 하산역을 찾기 이틀 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하산-나진 간 환적 화물량은 앞으로 매년 400만t에 이를 걸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은 러시아와 러시아 철도청에도 대외무역 및 환적화물 증가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러 협력이 추진되고 있지만,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최대 수요자는 중국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국은 동해 쪽 출구가 하산·나진 국경에 가로막혀 있다. 동북3성의 막대한 자원과 제품을 지금은 황해 쪽 다롄항을 통해 운송한다. 이를 나진항을 통해 상하이 등 중국 남방지역으로 실어나를 경우 1t당 10달러 이상의 물류비가 절감된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 지난해 8월 하산과 중국 훈춘 간 철도노선이 9년 만에 재개된 것도 중국의 수요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훈춘에서 포스코가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에 나서는 등 화물을 내가기 위한 중국 쪽의 기반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은 나진항은 물론 하산군의 자루비노항도 동시에 이용하기를 바란다. 북한과 러시아, 어느 한쪽에 전적으로 물류를 의존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럴 경우 자루비노항과 나진항이 경쟁관계에 들어갈 수도 있다. 러시아가 자국항인 자루비노를 위해 나진-하산 노선을 뒤로 물려둘 가능성도 있다. 한 한국 물류기업의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책임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국과 북한의 직통 협력을 차단하려는 러시아의 ‘알박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 역시 중국과의 직통노선 추진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나진-하산을 두고 유라시아 물류협력과 경쟁의 4국지가 펼쳐지는 셈이다. 하산/손원제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12시간 만에 120㎝…일본 홋카이도에 기록적 폭설 1.

12시간 만에 120㎝…일본 홋카이도에 기록적 폭설

산토리니 해역 3일간 200번 지진…주민들 탈출 행렬 2.

산토리니 해역 3일간 200번 지진…주민들 탈출 행렬

중국, 트럼프에 맞대응…미국산 석탄·석유에 15% 보복 관세 3.

중국, 트럼프에 맞대응…미국산 석탄·석유에 15% 보복 관세

대중국 관세는 시작일 뿐…트럼프, 전 세계 상대로 들었다 놨다 4.

대중국 관세는 시작일 뿐…트럼프, 전 세계 상대로 들었다 놨다

중국, 구글·캘빈클라인 때리고 보복관세+수출통제…미국에 총반격 5.

중국, 구글·캘빈클라인 때리고 보복관세+수출통제…미국에 총반격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