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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저항·투쟁…사람도 개도 함께 싸웠네

등록 2011-12-25 20:44수정 2011-12-25 21:27

클로즈업 2011 지구촌 보통사람들
‘혁명의 한해’이자 ‘대형 재해의 연속’이었던 2011년, 큰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통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전세계 언론을 달구며 역사의 한 장으로 남게 됐다.

■ 어둠을 증언하다 혁명 국면에서는 때로 보통 사람들의 작은 참여가 불러온 큰 비극이, 격렬한 저항의 도화선이 되곤 한다. 시리아의 13살 소년 함자도 그랬다. 시리아 남부 시골마을에 살던 함자는 4월29일 민주화 시위대열에 끼었다가 실종됐다. 고문의 흔적이 처참한 채 한달만에 돌아온 주검에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를 포함해 5000여명이 죽은 것으로 추산되는 시리아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주한미군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한 스티브 하우스(54) 등 3명은 지난 5월 주한미군이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기지에 고엽제 드럼통 250개(50t)를 매립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한국에서는 주한미군 환경오염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 개정 문제가 재점화됐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9월초 드럼통은 없고 인체에 무해할 정도의 고엽제 성분만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십년 동안 가슴에 담아왔던 사실을 폭로한 이들의 용기가 진실로 밝혀질 날이 올까?

주검으로 돌아온 13살 소년 시리아 국민저항 불꽃 피워
아테네 유기견 루카니코스 시위때마다 경찰 향해 짖어
운전대 잡은 사우디 여성들 “누드의 자유” 이집트 여대생
아프리카에 ‘생명수’ 주고 하늘로 떠난 9살 기부천사

■ 이슬람 여성들의 투쟁 여성들의 운전을 율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5월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찍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린 마날 알셰리프(30·왼쪽 아래 사진)의 용기는 사우디 여성들의 ‘여성 운전 합법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운동은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종교 지도자들은 이달 초 “여성 운전을 허용하면 10년 내 사우디에서 숫처녀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해 ‘범지구적인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도 지난 9월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알리아 마그다 엘마디(20)라는 여대생이 블로그에 누드 사진들을 올려 양성평등과 표현의 자유 논란을 촉발했다. 여권 신장의 길은 때로 일보 전진과 이보 후퇴를 반복한다. 또다른 보수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에서는 보복 성폭행 피해자에서 ‘여성 인권의 아이콘’이 된 무크타란 마이(39)의 9년 투쟁을 법원에서 기각하는 ‘여권 역주행’ 사건도 있었다. 대법원에서 집단 성폭행 피의자 6명 중 5명을 석방한 항소심을 확정한 것이다.

■ 소녀들, 희망을 남기다 숭고한 희생으로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보통사람들 소식도 많은 해였다. 50만명 이상의 아프리카인들에게 ‘생명의 물’을 주고 세상을 떠난 미국 워싱턴주에 살던 아홉살 기부천사 레이철 베크위스(오른쪽 아래 사진) 이야기는 어른들의 메마른 마음을 적셨다. 그는 생일을 얼마 앞두고 구호단체 ‘채러티: 워터’의 누리집을 통해 생일선물 대신 저개발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기부를 해달라는 모금운동을 벌였다. 비록 220달러를 모금한 채 13중 추돌사고로 숨졌지만, 사연이 알려진 뒤 며칠 만에 100만 달러 이상이 모였다. 지난 1월 미 애리조나주 총격 테러 당시 숨진 또다른 아홉살 소녀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은 ‘9·11 테러’ 때 태어난 ‘희망의 얼굴 50인’ 중 하나였다. 테러의 희망이던 소녀는 또다른 테러로 생을 마감했지만, 두 눈을 이식하고 떠나며 미성년자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지난 7월 중국 윈저우 고속철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2살 ‘기적의 아이’ 샹웨이이는 5개월 만인 23일 퇴원해 또한번 희망을 선물했다.

■ 이렇게 유명해질 줄이야 ‘마약 총격전’ 탓에 지난 4년간 3만5000여명이 숨진 멕시코에서는 총성보다 강한 유치원 교사의 노랫소리가 화제였다.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의 마르타 리베라 알라니스(33)는 수업 도중 밖에서 총성이 빗발치는 소리를 들었다. 겁에 질린 15명 아이들을 귀여운 노래로 침착하게 달랜 그의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화제가 돼 주지사 표창까지 받았고, 마약전쟁의 현실을 전세계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영화 같은 ‘인생 한방’을 이뤄낸 행운아도 있다.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현실로 일궈낸 인도 청년 수실 쿠마르(28)다. 그는 한달 6000루피(약 13만5000원)를 벌어 생활했는데, 두달 전 텔레비전 퀴즈쇼에서 상금 5000만 루피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런데 지난 13일 인도 일간 <더 내셔널>은 쿠마르가 아직 상금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자국 뉴스채널의 ‘올해의 인도인’ 후보로 지명된 그가 시상식에서 상금을 받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은 아니지만, 올 한해 그리스 시위현장마다 등장해 전세계 외신사진에 얼굴을 알린 개 한마리도 빼놓을 수 없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서 시위대 곁에서 경찰을 향해 맹렬히 짖어대던 유기견 루카니코스(위 사진)(‘소시지’라는 뜻)는 미 <타임>의 ‘올해의 인물’ 후보까지 올랐다. 그를 낳아준 이름모를 어미개에게 감사.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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