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나온 세 명의 남성 노인 인질.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에 끌려갔던 자국민 인질 3명 오인 사살 사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남성 노인 인질 세 명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석방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박이 이스라엘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는 점을 하마스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은 이날 이스라엘인 남성 노인 인질 세 명이 등장하는 영상을 텔레그램 계정에 공개했다. ‘우리를 여기서 늙게 놔두지 마세요’란 제목의 이 영상에는 이스라엘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끌려간 79살 차임 페리, 80살 요람 멧져, 84살 아미람 쿠퍼가 등장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의 공습으로 엄청난 고통과 두려움 속에 있다고 호소하며 풀려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가운데 앉은 페리는 영상에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다른 노인 인질들과 함께 억류돼있으며,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히브리어로 말했다. 페리는 “우린 이스라엘 건국의 기초를 닦은 세대이며 이스라엘군을 창설한 것도 우리다. 왜 우리가 이곳에 버려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를 여기서 풀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알자지라는 “하마스가 이 영상을 통해 아직 인질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자국 인질 세 명의 오인 사살 이후 이스라엘 정부를 더 크게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이를 ‘범죄적 테러 영상’이라 칭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안전히 귀환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이 영상은 치료가 필요한 노약자와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하마스의 잔인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영상에 등장한 인질의 가족들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요람 멧져의 아들 라니 는 이스라엘 방송 채널 11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들이 돌아오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지난 15일 자국 인질 세 명의 오인 사살 사건 이후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에 적극 임하라는 시민들의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날 미국 시엔엔(CNN)은 “이 영상은 18일 미국·카타르·이스라엘 관리들이 유럽에서 만나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논의하는 매우 예민한 순간에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카타르 총리와 함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이날 회동해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을 위한 새 협상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하마스는 인질 교환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중재자인 카타르와 이집트가 제안한 모든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관료 오사마 함단은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위한 이집트와 카타르의 어떤 제안에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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