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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스라엘은 부인하지만…‘가자 주민 밀어내기’ 진행되고 있다

등록 2023-12-11 13:56수정 2023-12-11 21:24

‘1단계 난민사태→2단계 이집트로 몰아내기’
유엔·아랍권 비난에도 이 곳곳서 이주 찬성 목소리
가자 지구 남부 접경의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설탕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있다. AFP 연합뉴스
가자 지구 남부 접경의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설탕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마스 박멸을 명분 삼아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축출하려는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도하포럼에서 아랍 국가 및 유엔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로 피난한 주민들을 다시 공격하면서 사실상 이들을 국경 밖으로 사실상 밀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우리가 지금 가자지구에서 보는 것은 단순히 무고한 주민을 학살하고 그들의 생계를 파괴하는 게 아니다.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비우려는 조직적인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파괴의 범위는 하마스를 박멸하려 한다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거짓임을 드러낸다면서, 이는 “대량학살의 법적인 정의”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필리페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UNRWA) 대표 역시 이 자리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디에 머물거나 다른 곳으로 재이주하는지 상관없이 이집트로 옮기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자지구 북부의 광범위한 파괴와 그로 인한 난민사태는 “그러한 시나리오의 첫 단계”이고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민간인들을 이집트 국경 인근으로 몰아내는 것은 다음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2의 ‘나크바’로 부르는 이런 계획이 계속되면, 가자지구는 더 이상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땅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 및 미국 등 회원국들은 가자 주민들을 가자 밖으로 강제로 옮기는데 단호히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때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땅을 무력으로 합병하며 그 땅에 살던 76만명을 축출했다. 이 사태는 아랍어로 ‘재앙’이란 뜻의 나크바로 불리는데, 이번 가자전쟁이 제2의 나크바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집트로 옮기는 이스라엘의 계획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첩보부는 전쟁 발발 닷새만인 지난 10월13일 가자 주민들의 시나이 반도 강제 이주를 제안한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첩보부는 당시 가장 유력한 대책으로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공격을 통해 북부 주민의 남부 이주→이스라엘방위군의 북부에서부터 남부로 진군.점령으로 주민들을 시나이 반도로 밀어내기→주민들의 귀환 금지를 제안했다.

이스라엘 각료와 의원들도 가자지구에서 주민을 이주시키는 방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길라 감리엘 첩보부 장관은 지난 11월에 전쟁 뒤 “한 대안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 밖으로 자발적 재이주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 다농 의원과 람 벤바라크 전 유엔 대사도 지난 11월13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유럽은 분쟁을 피하려는 난민을 돕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며, 이를 예로 삼아서 세계의 국가들은 재이주를 원하는 가자 주민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전 관리들도 최근 언론과 회견에서 이집트는 국제원조를 받아 시나이 사막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거대한 천막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가자 밖으로 주민을 쫓아내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 의견 자체가 이스라엘이 이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카타르에서 가자 남부 상황에 대해 “공중질서가 곧 완전히 파괴되고, 전염병과 이집트로의 대량 이주 압력이 늘어나 더 악화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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