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동부에 위치한 마안학교가 공습당해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나세르 병원에 이송됐다. 침상이 부족해 바닥에 방치돼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 이어 남부 공격을 본격화하면서, 인구 120만명이 밀집한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칸유니스 인근에는 지난 10월 말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중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수많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칸유니스 주요 의료시설인 나세르 병원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희생된 사상자들이 모여들어, 복도에 주검이 나뒹굴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기해있었다. 부상자들은 주로 인근 학교와 주택가에서 폭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나세르 병원에 이날 오전에만 43구의 주검이 실려 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시설 슈하다 알-아크사 병원의 원장 아이야드 알-자브리 박사는 통신에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전투 재개 이후 칸유니스 외곽에 병력을 집중시키던 이스라엘군은 이날 칸유니스 포위를 공식 선언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5일 “전쟁 60일 지난 지금, 우리 군은 가자 남부 칸유니스를 포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남부 사령관 야론 핀켈만도 소장도 이날 성명에서 “오늘은 지상전이 시작된 이후 가장 격렬한 하루”라며 “이제 칸유니스의 심장부에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도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자신들의 전투기가 이스라엘 군용 차량 24대를 파괴했고, 대원들이 최소 8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타임스도 “두 달 이상 이어진 전쟁 중에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대원들이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면서, 칸유니스 인근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본격화된 가운데, 5일 부상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나세르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칸유니스 주택가 건물에 숨어있다고 보고 칸유니스 인근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칸유니스 주민은 원래 40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지난 10월 중순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요구하면서, 북부 피란민이 몰려와 인구가 120만명으로 급증해 있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220만명 중 절반 이상이 이 도시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5일 에이피(AP) 통신이 분석한 칸유니스 위성사진에는 지난 3일 칸유니스 외곽에 이스라엘 탱크와 장갑차가 약 150대가 밀집해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칸 유니스에 있는 구호단체 ‘팔레스타인 의료 지원’의 활동가 모하메드 아흐알쿠르디는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은 엄청난 규모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 일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인근 보호소 등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지만 주민들은 더이상 대피할 곳이 없는 상태다. 이날 로이터 통신이 나세르 병원에서 만난 생후 2개월 아기의 아버지 이브라힘 에스베이탄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전쟁이 벌어지니 가자시티를 떠나라고 해서 이스라엘군이 시키는 대로 남쪽으로 왔다”며 “하지만 우리가 남쪽에서 발견한 것은 들것에 실린 아기였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 전역에서 숨진 인원이 1만6248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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