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 지지자가 대만 국기를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1월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최종 무산되면서 ‘친중 세력’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낮아지게 됐다. 야권 후보들의 최근 지지도 상승세가 ‘후보 단일화’엔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제1야당 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이 추진하던 총통 후보 단일화는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와 커원저 민중당 후보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24일 각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두 당은 지난 15일 후보 단일화를 약속하고 18일 단일 후보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후보 선정 방식에서 발생한 견해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로써 대만 총통 선거는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 허우유이 후보, 커원저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국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추진했던 궈타이밍 폭스콘 설립자는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궈 설립자의 지지율은 5%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출렁이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것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올해 중반까지 총통 선거 여론조사에서 10~20%포인트 차이로 1위를 달리던 라이 후보의 지지도가 최근 하락하고 2·3위인 허우 후보와 커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대만 인터넷 매체 마이포모사가 지난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라이 후보의 지지율은 31.4%로 1위였고, 허우 후보는 31.1%, 커 후보는 25.2%였다. 또 누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든 라이 후보를 꺾을 것이란 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판세가 초접전으로 흐르며, 누구도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 된 셈이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며 ‘정반대’ 상황이 됐다. 대만민의기금회가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자 대결에서 라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50.9%였고, 커 후보는 22.0%, 허우 후보는 14.7%에 그쳤다.
친중 세력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길 기대했던 중국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 대변인은 단일화 무산 직후 “관련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며 “대만은 평화와 전쟁, 번영과 쇠퇴라는 두 가지 길에 직면해 있다. 내년 초 선거 결과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양안 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 무산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대만이 평화와 전쟁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한 것이다.
1위 자리를 위협받았던 라이 후보는 지난 20일 미국에서 오래 활동한 외교 전문가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대표처) 대표를 러닝메이트인 부총통 후보로 지명하는 등 친미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올 한해 동안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을 상대로 ‘경제적 압박’과 ‘문화적 회유책’을 동시에 쓰는 강온책을 반복해 왔다. 중국은 2010년 대만과 맺은 준자유무역협정(FTA)인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제한·파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대만의 불법 무역 행위 관련 조사도 총통 선거 전날인 내년 1월12일까지로 연장했다. 중국과의 무역이 전체 무역의 40%를 차지하는 대만 입장에서는 중국의 무역 보복이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만 문화 교류는 숨통을 여는 모양새다. 최근 대만의 저명한 영화제인 금마장상 시상식에 중국 본토 배우가 5년 만에 처음 참석했다. 지난 10월에는 1천명의 대만인을 중국 장쑤성 우시에 초대해 성대하게 대접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