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대표가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떠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한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러닝메이트인 부총통 후보로 샤오메이친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대표처) 대표를 지명했다.
20일 대만 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라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샤오를 부총통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라이 후보는 “샤오는 대만 외교에서 보기 드문 인재”라며 “남은 50여일 동안 그와 함께 민의와 모든 세력을 통합해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이 후보의 발표 직후 샤오 후보는 대표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대만 외교부는 이를 수용했다.
1971년생인 샤오 후보는 2020년부터 주미 대만 대표처 대표를 맡아 왔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과 대만은 상대방에 정식 대사관 대신 대표처를 개설해 두고 있다. 샤오 후보는 모친이 미국인으로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의 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주재 민진당 대표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고, 2000년 당선된 천수이볜 전 총통의 통역을 맡아 2년 동안 일했다. 2004년 대만 입법위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었고, 주로 외교·통상 분야에서 활동했다.
샤오 후보는 라이 후보와 같은 대만이 독립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인물로, 지난 4월 자신을 독립 지지자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친미 성향의 샤오에 대해 일찍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4월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자, 이 과정을 주도한 샤오 후보의 중국 입국을 금지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 중앙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샤오 후보에 대해 “양안(중국과 대만)의 대립과 대결을 부추겨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제멋대로 파괴하면서 그의 완고한 독립 도모의 본성을 한층 더 드러냈다”고 밝혔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친미 인사인 라이 후보와 샤오 후보가 민진당의 총통·부총통 후보로 나서면서, 내년 1월13일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는 미·중 세력의 대리전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야권은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중도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현재 후보 단일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