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워싱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 참석한 참여자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쟁범죄자’라고 비판하는 사진을 들고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며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휴전은 어휘집에서 삭제돼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휴전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남부에 위치한 라몬 공군기지를 방문해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휴전)은 어휘집에서 완전히 삭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린 우방과 적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적들을 물리칠 때까지 계속할 것이며 우리에게는 대안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공습 강도를 높이며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5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전쟁 이후 97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연이어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은 5일 토니 블링컨 장관과 만나 즉각 휴전을 요구했다. 압바스 수반은 블링컨 장관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량 학살과 파괴에 직면해있다. 우리는 그들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날인 4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이집트·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주요국 외무장관들은 요르단 암만에서 블링컨 장관과 만나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하도록 설득해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후 두번째로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을 순방한 블링컨 장관은 휴전 요구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를 이롭게 할 뿐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대신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이라는 제한적 일시 전투 중단 요청을 했으나, 이스라엘은 그마저도 거부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5일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즉각적이고 지속적이며 준수된 인도주의적 전쟁 중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며 “국제사회 사이에서 이 점에 대한 공감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도 5일 이집트·요르단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했다며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고 긴급 휴전을 하는 방안을 놓고 두 나라 장관들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5일 성명에서 “구급차, 병원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지난 3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구급차 한 대가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입구 2m 앞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것 등에 대한 비판이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을 인정하며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병원 인근에서 민간인을 방패로 작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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