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 텔아이브에서 이츠하크 헤르조크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가자지구 내의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블링컨 장관의 설득을 받아들여 ‘인질 구출’과 ‘구호품 전달’을 위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을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블링컨 장관은 3일(현지시각) 오전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에 나섰다.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도적인 전투 중단 △인질 해방을 위한 교섭 △연료 등 필요 물자의 반입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전시 내각’ 인사들과 얼굴을 마주한 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이 이뤄진 뒤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을 찾은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블링컨 장관은 헤르초크 대통령과 만남에서 “이스라엘엔 자신을 지키고 지난달 7일 있었던 것(하마스의 공격)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것을 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면서도 “십자포화 속에서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간절히 바라는 도움을 주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출국 직전에도 워싱턴 부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 하는 데 전념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희생자 수가 3일 현재까지 9200명을 넘어서고,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가차 없는 공습이 이어지며 국제 여론이 크게 악화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일 이스라엘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AFP 연합뉴스
백악관과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을 찾는 주목적이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과 ‘사태 종식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 브리핑에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은 인도적 지원이 전달되게 하고,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더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부분적이고 한시적인 조처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1일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한 시민이 휴전을 요구하며 항의하자 “우리는 전투 중단이 필요하다”며 이는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이 말하는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이란 ‘휴전’이 아니라 ‘인질 구출’과 ‘구호품 전달’을 위해 공격을 국지적·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총재는 전면적 휴전이라야 민간인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라도 폭력을 멈추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방문의 또 다른 목적으로 언급된 ‘사태 종식 이후의 대책’에 대해선 “두 민족을 위한 두개 국가를 어떻게 건설할 수 있을지”를 상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 공존하자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이스라엘처럼 그에 앞서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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