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11일 테헤란에서 핵과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란의 외무장관이 레바논과 이라크를 방문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을 계속한다면 새 전선이 열릴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12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오른쪽)과 회담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이란 외무장관은 12일(현지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과 가자 지구의 물과 전기를 차단하는 것은 전쟁 범죄”라고 이처럼 발언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 범죄가 계속되면 나머지 ‘축’들로부터 대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이 나머지 ‘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란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헤즈볼라 그리고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에 속하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 아미르압돌라히안이란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과 레바논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시온주의 단체(이스라엘)와 그 지지자들이 이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도 말했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이후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모든 시선은 이스라엘 북쪽 국경에 있는 헤즈볼라에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헤즈볼라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참여하는지에 따라 중동 정세를 재편할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뉴라인정치전략연구소’의 분석가 앤서니 엘고세인은 에이피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심각한 무력 충돌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한쪽이 오판하고 일반적 교전 규칙을 넘어선다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공격 없이도 확전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지만, 서방은 오랜 기간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이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중동 국가들과의 연대에 힘쓰는 모양새다. 아미르압돌라히안이란 장관은 12일 오전 이라크도 방문해 모하메드 시아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와도 회담했다. 이라크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곳이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일부 국가들에서 우리에게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새 전선을 열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왔다”며 “우리는 미래에 관한 모든 가능성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해 “모든 이슬람 국가와 아랍 국가들이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시온주의 정권의 범죄를 저지하는 길에서 진지한 협력에 도달할 것”을 호소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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